일본의 새소식

576호


일본문화┃추조 원장 칼럼

(사케)와
サケ(사케)는 다르다

사케소물리에인 추조 원장이 술을 키워드로 일본 문화와 사회를 소개한다.

집필┃추조 카즈오(中條一夫)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일본어의 ''에는 '알코올 음료'라는 의미와 '니혼슈'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일본인이 사케를 마시러 가자며 술집에 가서 맥주를 주문해도 놀라지 않기 바란다. 이 경우의 '술'은 알코올 음료라는 뜻이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은 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라는 세 종류의 문자 때문에 고생한다.

이번에는 한자의 '酒'와 가타카나의 'サケ'는 뜻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부디 일본어를 싫어하게 되지 않기 바란다.

원래 '酒'는 주류 즉, 알코올 음료 전반을 뜻하며 한국어의 '술'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 '포도주' 하면 포도로 만든 술, '맥주' 하면 보리로 만든 술이다. 중국에는 '미주'라는 소주와 비슷한 쌀로 만든 술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대부터 쌀을 원료로 한 알코올 음료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미주'라 하지 않아도 그냥 '술' 이라고 하면 쌀로 만든 술, 현대 일본인 이 '니혼슈(일본주)'라 부르는 술을 가리킨다.

즉, 일본어의 '酒'에는 '알코올 음료' 라는 의미와 '니혼슈'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일본인이 당신에게 '술(사케)'을 마시러 가자고 권유해 술집에 가서 맥주를 주문해도 놀라지 않기 바란다.이 경우의 '술'은 알코올 음료라는 뜻이다.

에도 시대에는 '니혼슈'라는 말이 없었다. 당시에는 쇄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일본'이라 부를 필요 없이 '술'로 충분했다. 메이지 시대에 서양에서 위스키와 브랜디 등이 수입되자 일본인은 이런 서양의 술을 '양주'라 부르게 되었으며 기존의 '술'은 양주와 구별하려는 의미로 점차 '니혼슈'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메이지 시대에 일본을 방문한 서양인 은 분명 일본인이 마시는 전통적인 알코 올음료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아직 '니혼슈'라는 명칭이 보급되지 않았다.

서양인: 당신은 무엇을 마시고 있나요?

일본인: 저는 술(사케)을 마시고 있어요.

서양인: 오, 그 음료는 'sake'라는 거군요!

...라는 대화가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 겠지만 서양인은 니혼슈를 'sake'라고 부르게 되었다. 'sake'에는 '알코올 음료 전반'이라는 뜻은 없다.

최근 니혼슈를 즐겨 마시는 서양인이 늘면서 서양인이 'sake'에 대해 언급하는 기사도 늘었는데 이것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술'이라고 해석해버리면 '알코 올음료 전반'이라는 뜻인지 '니혼슈'라는 뜻인지 헷갈린다. 서양인이 서양에서 'sake'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번역할 때 '니혼슈'라고 표기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서양인이 말하는 'sake'는 가타 카나로 'サケ'라고 표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일본어에서는 외래어를 주로 가타카 나로 표기한다.

니혼슈가 사케로 역수입 된 형태이다. 한국에서는 누룩의 종류 등 제법에 차이는 있지만 쌀로 만든 독자적인 전통 주가 있다. 따라서 한국인은 메이지 시대 이후에 접하게 된 쌀로 만든 일본 제법의 술을 한국 전통주와 구별해 어떻게 부를지 고민했으리라 보인다. 할아버지 세대의 한국인은 유명 니혼슈 브랜드가 일반 명사화된 '정종'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산 sake 수입이 늘어나기도 해서 한국에서도 서양식으로 '사케'라 불리고 있다.

니혼슈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일본인에게 영어로 'I love sake'라고 하면 니혼슈가 맛있는 가게를 안내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일본어로 '저는 사케가 좋아요.' 라고 말해도 '저는 술을 좋아해요.'라고 들리므로 그저 술꾼으로 여겨질 것이다. 일본어로는 '니혼슈'라고 말하는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