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소식
580호
일한 관계┃日本語で語るニッポン
성률 작가 인터뷰
7년째 적은 꿈일기,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작품으로

제16회 일본국제만화상에서 성률 작가의 단편만화집 '여름 안에서'가 한국 최초로 최우수상을 받았다.이번 대회에는 77개 국가 및 지역에서 출품된 503개 작품 중 금상 1개(대한민국), 은상 3개(프랑스, 홍콩, 대만) 등 15개 작품이 선정되었다. 일본국제만화상은 외무성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화 문화를 통해 국제교류와 상호이해를 확대하기 위해 2007년 제정했으며, 세계의 만화 문화 발전에 기여한 아티스트에게 수여하고 있다.이번호에서는 성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와 만화를 통한 문화교류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성률입니다. 2020년에 만화책 '여름 안에서' 출간 이후 일러스트 작업과 다양한 개인 작업을 하며 SNS를 통해 사람들과 그림으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일본국제만화상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이 도쿄에서 있었는데 간단하게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만화를 그리며 스스로 계속 되물었습니다. 좋아하는 장면을 모아 짜깁기하는 형식으로 만화 비슷한 것을 그리고 있었기에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마음속에서 흔들렸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수상은 이 길을 걸어가며 불안하던 저에게 응원이 되어주었고, 조금 더 확신을 두고 앞으로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단편만화집 ‘여름 안에서’는 어떤 내용인가요.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라온 녹지와 바래진 아파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라 재개발하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이 풍경도 사라지겠다 싶어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언젠가 이 풍경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나타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의 자연이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데, 수채화로 그리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수채화를 계속하는 이유는 단지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물을 듬뿍 발라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물감을 보고 있으면 무한한 픽셀 단위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고 우연성을 가진 여러 색의 물감이 서로 섞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지는 게 항상 신기하고 좋았어요. 오키나와의 하늘은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었고 바다는 눈부시게 파랬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도구로 이 풍경을 얼른 그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엄마와 함께 구청에서 열리는 여러 가지 여름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수강하러 다녔습니다. 사실 엄마가 사 주시는 도넛을 먹기 위해 따라다녔을 뿐이었죠. 그렇게 따라다니며 배운 수업 중 하나가 만화 교실이었어요. 그때 처음 만화를 그려본 것 같아요. 당시 ‘디지몬 어드벤쳐’라는 만화를 각색하여 4컷으로 꾸며 그린 것이 제가 그렸던 만화에 대한 첫 기억입니다. 도넛을 먹기 위해 엄마를 따라다녔던 어린 시절에서부터 출발해 이렇게 책을 한 권 완성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고, 영감을 어디서 받으시나요.
조금 엉뚱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자각몽을 꾸고 싶어 7년째 꿈 일기를 적어오고 있어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꿈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를 통해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서워하는지, 꿈과 현실이 얼마나 일치하며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스스로 점검해 보기도 하고요. 이런 요소를 조합해 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며 재미있게 작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만화가 문화교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에 자란 세대의 입장으로써 현재 저와 비슷한 세대들에게 애니메이션은 향수이자 놀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주류의 문화로 떠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한정된 영역에만 속하지 않고 음악 앨범의 재킷, 예술 작품, 혹은 패션 분야와 함께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일본 문화를 습득하기도 하고 점점 친숙해졌고 과거보다 자연스럽게 더 많은 교류가 있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다음 작품의 구상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구체적이진 않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평소보다 더 큰 사이즈의 작업을 구상해 보거나 써보지 않았던 재료도 테스트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른 시기에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소개해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본국제만화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
일본국제만화상이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저 또한 친구에게 소식을 듣고 응모했거든요. 수상도 기뻤지만, 부상으로 주어지는 일본 문화 체험의 기회가 좋았습니다. 제 경우엔 예전부터 가부키 공연을 보고 싶어 이번 기회에 신청을 해보았는데 무려 미나미좌 극장 일등석에서 배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굉장한 체험이었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기모노를 입고 100년이 가까이 된 극장에 모여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에 전통을 계승하고 아직도 이런 문화가 유효한 일본의 모습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쯤 응모를 해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