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소식
579호
일한 관계┃日本語で語るニッポン
송혜선 교수 인터뷰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만남

현재,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이자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에서 진행을 맡고 있는 송혜선 교수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갔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다. 일본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일본어에는 관계를 중시하는 이치고 이치에(一期一会: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만남) 같은 단어가 많다.”며 자신이 느낀 일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번호에서는 송혜선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유학 중에 만난 소중한 인연과 만남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한국 과 일본과의 교류 활동 내용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오차노미즈여자대학(お茶の水女子大学)에서 일본어 문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04년에 귀국하여 고려대학교 BK연구교수, HK연구교수를 하다가 현재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학생의 일본 취업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일본 취업을 위해 산업인력 공단의 K-MOVE 사업에 참여하여, 일본어과 졸업 후 IT교육원과 연계하여 IT 교육을 진행한 후, 일본의 IT기업으로 취업시키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사업을 추진하여 현재 누적으로 약 100명 가까운 졸업생이 일본의 IT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일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 인가요.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로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고,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하면서 일본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1985년 대학 입학 당시에는 일본 문화나 일본어 방송이 금지된 시대라 단파 라디오를 구입해서 일본 방송을 듣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공부할 때 도쿄 오타구(大田区)에서 40명의 구민을 대상으로 4개월 간 한국어 무료 수업을 했는데, 10명 정도가 남아 수업료를 낼 테니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셨습니다. 유학생인 저를 도와주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7년간이나 일부러 배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은 제가 2004년 학위를 받고 귀국 후, 2009년에 올린 제 결혼식에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수강생 중 한 분은 1년 후 제가 근무하던 고대 일본학연구소로 찾아 오셔서 결혼식에 못 와서 미안하다며 축의금을 건네주기도 하셨습니다. 다른 수강생에게는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수업을 듣던 분도 계셨 는데, 저에게는 재일교포임을 밝히고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다행히 제 수업을 듣던 중에 가족을 찾으셨습니다. 그 분은 매주 한 국어 수업이 끝나면 유학생과 같이 먹으라며 빵도 사주시고, 일본 명절인 오봉(お盆)이나 정월(正月)에 일본무용을 보여주거나 밥도 사주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한국어 수업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 중 살았던 고마바 유학생 회관 직원도 휴가를 내서 제 결혼식에 와주셨습니다. 저는 이 분들께 정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 갚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우리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오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밥도 사주고 장학금도 주고 있습니다.

자매대학인 시모노세키의 바이코카쿠인대학을 찾아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일본어 교육 전문가로서 일본어를 배우는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훨씬 깊이가 있어서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인은 돈이나 명예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어에 는 관계를 중시하는 이치고 이치에(一期一会: 일생에 한번뿐인 소중한 만남) 같은 단어가 많습니다. 지난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학생들을 인솔해서 자매대 학인 시모노세키(下関)의 바이코카쿠인대학(梅光学院大学)과 오이타현(大分県)의 일본문리대학(日本文理大学)을 방문했습니다. 한국과 일본대학의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학생들에게 지식과 전문적인 스킬을 가르치지만, 일본은 사람과 사람이 접하는 방법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점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코카쿠인대학은 학생들에게 재학 중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반까지 외국의 자매결연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학과 학생의 한국어 발음도 너무 좋았고 언어 구사 능력도 뛰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문리대학의 경우, 인간력(人間力)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대학 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거나 지역산림을 보호하는 봉사활동도 하고, 다문화 가정과 함께 하는 등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학도 이러한 일본 대학의 프로그램을 배웠으면 합니다.


오이타현 일본문리대학에서 인간력 육성센터를 방문하는 등 교류 시간을 가졌다.
🎙최근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가 주관하는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에서 진행 역할을 맡고 계시는데, 이 연구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이희건재단의 지원으로 매년 한국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신진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희건재단의 차세대연구자 육성프로그램에 선발된 사람 중, 매달 2명의 신진연구자가 다양한 테마로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신진연구자의발표에 대해 각 분야의 중진급 전문가에게 토론을 부탁해서 코멘트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2021년부터 2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학회보다 다양한 연구회가 있어서 연구회 중심으로 연구방법론을 공유하면서 연구자가 연대감을 느끼지만, 한국은 아직 연구회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신진연구자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연구를 인정해주면서 연구자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회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공부가 많이 되어 연구회가 기다려집니다.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으로 유학 가기 전에 석사논문을 쓰면서 논문으로 접했던 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차노미즈여자대학(お茶の水女子大学)에 적을 두고 도쿄에 있는 대학교수님의 수업을 적극적으로 청강하러 다녔습니다. 예를 들면 도쿄대학(東京大学), 죠치대학(上智大学), 릿쇼대학(立正大学), 타쿠쇼쿠대학(拓殖大学) 교수님의 수업을 다양하게 들었습니다. 특히 릿쇼대학과 다쿠쇼쿠대학 교수님은 저와 같은 언어학연구회 멤버라 이곳에서 연구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박사 논문을 쓸 때는 타 대학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부르셔서 직접 지도를 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연구방법론을 공유하는 연구회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연구자끼리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회가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이타현 일본문리대학에서 인간력 육성센터를 방문하는 등 교류 시간을 가졌다.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차세대일본연구자연구회에 매달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연구자 가운데 한명이, 제가 소속된 요네야마 로타리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혀 현재 히로시마대학 포스트닥터 과정에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차세대연구회를 통해 신진연구자가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 중인 일이 있다면.
현재 일본어 초급 1, 2를 집필 중인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어 교육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좋은 교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안에 안식년으로 일본에 가서 1년간 천천히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습니다.

🎙일본, 일본어에 관심있는 학생이나 일반 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저는 우리과 학생에게 일본어를 배우면 한국어만 가능한 학생보다 기회가 두 배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어를 배우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취업할 수 있고, 한국인 친구뿐만 아니라 일본인 친구도 사귈 수 있습니다. 일본은 변화가 느리지만 단단한 나라입니다. 제가 최근에 유럽을 돌아보았는데, 일본만큼 깨끗하고 친절한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 학회 참석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 간사이공항에서 어떤 분께 효고대학(兵庫大学)에 가 는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핸드폰으로 20분 가까이 알려주고 캡처까지 해 주셨습니다. 이번에 학생들과 일본의 자매대학을 방문하고 쇼핑할 때도 빈틈없이 손님을 응대하는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역시 일본은 탄탄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