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소식

580호


《시리즈2》┃한국에서 찾은 일본 건축가의 작품

한국에서 찾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뮤지엄 산 ‘빛의 공간’ 파빌리온 평면도


세계 최고의 건축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와 건축을 <시리즈 1>에서 소개했다. 이번호부터는 ‘한국에서 찾은 일본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건축물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건축가로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을 통해 자연의 물과 빛을 표현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며 프리츠커상, 미국건축가협회 금메달 등 각종 건축상을 받았다.

* 한국에는 가평 한화인재경영원(2008년, 경기도), 제주도 유민미술관과 글라스 하우스(2008, 제주),본태박물관(2012,제주),뮤지엄산(2013,원주), JCC ARECENTER&JCC CREATIVE CENTER(2015, 서울), 마음의 교회(2015, 여주),엘지아트센터(2022년, 서울) 등의 작품이 있다.

안도 다다오(Tadao Ando, 安藤忠雄, 1941~)

Photo by Nobuyoshi ARAKI


1941년 오사카 출생.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후 1969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대표작으로는 빛의 교회, 아와지 유메부타이, 퓰리처 미술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지추미술관, 푼타델라 도가나, 상하이 폴리 대극장 등이 있다. 1979년 스미요시 주택으로 일본 건축학회상, 1993년 일본예술원상, 1995년 프리츠커 건축상,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AIA) 금메달, 2005년 국제건축가연합(UIA) 금메달, 2010 년 일본 문화훈장, 201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Commandeur), 2015년 이탈리아 공로훈장(GRANDE UFFICIALE) 등을 수상했으며, 1991년 뉴욕 현대미술관, 199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 개최, 예일, 콜롬비아, 하버드 대학의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1997년부터 도쿄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뮤지엄 산 Museum SAN

뮤지엄 산은 해발 275m, 전체 면적 약 22,000평 규모의 원주시 오크밸리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안도 타다오가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설계에 담아 공사를 시작하여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터렐(James Turrell, b.1943~)의 별도 작품관 완성과 함께 2013년 5월 개관했다. 전체 길이가 약 700m에 이르며, 산 정상 특유의 뛰어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부지를 가득 채우는 환경 일체형 건축물을 만들었다. 건축(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을 콘셉트로 자연과 공존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술관 본체는 기러기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인 안행형(雁行型) 배치를 기본으로 4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동 사이에는 완충 영역으로 안도 다다오의 조형 지향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2019년 1월에는 개관 5주년 기념으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명상관’이 문을 열었다. 또한 6월 30일에는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 축소 버전으로 장소 특정적 성격과 관객 참여를 강조하는 파빌리온 <빛의 공간>이 조각 정원에 설치되었다.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쌓인아늑한 그곳에 별천지를 세우고 싶었어요.” … 안도 타다오

뮤지엄 산 본관 항공사진


안도 타다오, 청춘, 2023_ ⓒ Museum SAN


뮤지엄 산 본관 외부


한국의 조약돌, 자갈, 모래로 만든 회색 노출콘크리트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빛깔의 파주석(자연석)의 조화로 만들어진 뮤지엄 산의 건축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각성시킬 단단한 신념과 부드러운 포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꽃, 물, 돌을 콘셉트로 한 세 종류의 자연 정원, 웰컴센터와 본관,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동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산책하는 여유를 선물한다. 본관에는 Box in Box 형태로 사각형, 삼각형, 원형의 무(無)의 공간이 4개 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건축할 때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산세를 그대로 유지하였기 때문에 마치 뮤지엄을 들어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을 선사하며, 우리에게 자연 친화적이고 신선한 영감을 부여한다.


예술 ART GALLERY

스톤 가든의 명상관(좌측 하단)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맥을 잇는 국내 최초의 종이 박물관인 페이퍼 갤러리,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회화,판화,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청조갤러리, 자연 빛과 인공 빛의 향연이 유려하게 펼쳐지는 제임스 터렐관을 중심으로 종이와 미술의 상징적 접점을 만들어 간다. 또한 즐거운 판화 체험이 진행되는 판화 공방과 음악회와 문학 공모전 등 알찬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 페이퍼 갤러리 Paper gallery한국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으로 국가지정문화재(국보, 보물) 10점을 소장하고 있다.

☛ 제임스 터렐관 James Turrell21세기를 대표하는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제임스 터렐의 대표 작품 5개를 볼 수 있는 특별 전시장이다.

☚ 청조갤러리 Cheongjo gallery20세기 한국 근현대 회화, 판화, 드로잉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 명상관 Meditation Hall뮤지엄 개관 5주년 기념으로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로 설계되었다. 공간, 자연, 예술이 전하는 여유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연 NATURE

산 정상에 세워진 뮤지엄 산에서는 향긋한 패랭이꽃 내음, 높고 푸른 하늘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정경을 뽐내는 3개 야외정원이 있다. 붉은 패랭이꽃이 그림 같은 장관을 이루는 봄과 여름, 워터가든 위로 단풍이 지는 예술적 전경을 볼 수 있는 가을, 새하얀 눈이 덮여 고성을 연상케 하는 겨울 설경 등 바람, 햇빛, 자연 속에서 바쁜 일상을 잊고 느긋하게 산책은 즐길 수 있다.

워터가든 Water Garden뮤지엄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요 하고 눈부신 물의 정원이다. 물에는 건물과 수목, 하늘이 반사되어 공간의 깊이와 확장감을 부여하며 물속의 해미석과 본관으로 이어진 아치웨이는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플라워가든 Flower Garden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붉은 패랭이 꽃과 약 180그루의 하얀 자작나무로 조성된 길이 인상 깊은 플라워가든은 자연과 예술 조각이 드넓은 공간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스톤가든 Stone Garden경주 신라시대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은 9개의 부드러운 돌 언덕과 그 사이의 산책길을 품고 있다. 인근에서 나오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해외 작가의 조각품을 감상하며, 대지의 평온함과 돌, 바람, 햇빛을 만끽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청춘》 전시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청춘》 전시와 이벤트 등이 7월까지 개최된다. 전시 제목인 ‘청춘’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자 더 나은 설계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이자 인생을 대하는 그의 ‘도전 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 다다오의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30년에 걸쳐 완성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공공장소에서의 건축 작품과 2020년 준공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50점을 소개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모든 불필요함을 덜어낸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선보여 왔다. 독학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건축물은 세계 건축계에 큰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으며, 세계적인 대규모 공공건축에 참여하고 도시계획과 국토계획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설계한 9곳의 한국 프로젝트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전시 연계 행사로 3월에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강연회가 서울과 원주에서 진행되었으며, 5월에는 건축과 인문학에 대한 아티스트 토크가 개최되기도 했다.

《전시》


《행사》




유민미술관

풍경이 담긴 건축으로 마음이 열리는 곳

제주도 동쪽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2008년에 건축한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로사이’가 있다. ‘지니어스로사이’는 명상관으로 운영되었으며, 2017년에는 유민미술관으로 새롭게 단장되어 개관했다. 안도 다다오의 연작인 두 건축물은 제주도 자연과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유민미술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는 정동향을 바라보는 구조이며, 땅에서 위로 솟아오른 구조체 느낌의 건축물이다. 글라스하우스 1층 바닥은 입구보다 3.6m 높게 위치하고, 푸른 바다와 성산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리를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는 기하학이 반영되어 있는데, 글라스하우스의 정원은 삼각형으로 디자인되었다.

유민미술관,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글라스하우스,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유민미술관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답게 노출 콘크리트가 건축 재료로 사용되었다. 미술관의 콘크리트 건물은 풍경을 담은 하나의 액자가 되기도 하며, 그 안에 담긴 하늘과 등대, 돌담이 이루는 풍경에 시선이 머물게 한다. 이렇듯 그는 자연이 건축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삼다의 정원

유민 미술관 전경


안도 다다오는 유민미술관에 제주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미술관의 연못은 한라산의 백록담,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은 제주도의 중산간, 벽천폭포는 해안을 표현해 설계했다. 그는 제주 섭지코지에서 ‘바다와 하나가 되는 곳,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안도 다다오는 공간을 구성할 때 한 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가려놓은 부분을 마련해 최종 지점에서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삼다의 정원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삼다도(三多道)’(三多道)다. 예로부터 제주도에 많다는 돌, 여자, 바람을 주제로 ‘삼다의 정원’을 구성했다. ‘돌의 정원’은 제주도 현무암으로 만들어졌으며, ‘여인의 정원’은 타원형의 테두리 안에 피어나는 꽃을 통해 제주 사람을 표현했다. ‘바람의 정원’은 노출 콘크리트가 사각의 벽을 구성하며, 입구와 출구가 일직선을 이뤄 바람이 들어오도록 만들어졌다. 이 공간을 걸으면 심어진 식물이 콘크리트벽에 비벼지면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소리를 통해 제주도의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원이다.

삼다의 정원,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벽천폭포와 하늘길

벽천폭포,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벽천폭포,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뷰파인더,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안도 다다오는 벽천폭포를 통과하는 입구를 사각 프레임으로 설계했고, ‘Gate of the Stone’이라 이름을 붙였다. 폭포로 들어가는 이 통로는 내려갈 때는 폭포가 보이고,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면 ‘삼다의 정원’이 보이는 이중 프레임 역할을 한다.

이 건축물을 지나는 사람의 청각이 시원한 폭포 물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폭포 끝에서 가로로 길게 뚫린 ‘Viewfinder’ 창을 만나게 된다. 뷰파인더는 카메라의 초점 상태를 보기 위해 눈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을 말한다. 그는 폭포의 끝, 뷰파인더 창을 통해 아름다운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의도했다. 안도 다다오는 좁은 공간을 더 넓은 공간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 이동 동선에 변화를 준다. 폭포 밑 박스 형태의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늘길’을 걸어가야 한다. 노출콘크리트벽을 왼편에 두고 오른쪽에는 현무암으로 쌓인 높은 돌담을 거쳐야 한다.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마주한 하늘은 마음 속에 경건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지하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모더니즘 건축물과 상응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프랑스 아르누보 유리공예를 만나게 된다.


유민미술관 프랑스 아르누보 이야기


모더니즘 건축물 안에는 아르누보 역사에서 큰 역할을 했던 프랑스 낭시지역의 유리공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새로운 예술’을 의미하는 아르누보는 19C 말에서 20C 초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공예와 디자인 운동을 의미한다. 아르누보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프랑스 북동부 로렌지방 낭시지역의 유리공예가들은 고온에서 녹인 유리를 대롱으로 불어 형태를 만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색유리를 덧씌우고, 조각하고, 부식시키는 등 새로운 공예기법을 발전시켰고, 주로 자연주의적인 소재와 영감을 표현했다. 에밀 갈레와 돔, 외젠 미셀, 르네 랄리크 등 프랑스 아르누보 미술을 이끌었던 주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유민미술관의 대표 작품인 ‘버섯램프’는 에밀 갈레(1846~1904)의 최고 전성기로 평가받는 1902년 제작된 작품으로 전 세계에 5점만이 현존하고 있으며, 그중 유민미술관 전시 작품이 보존 상태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버섯램프가 전시된 ‘명작의 방’은 세계적으로 공간에 대해 상을 수여하는 'Inside World Festival of Interiors'에서 2018년에 상을 받은 공간이기도 하다. 또 어울리는 향기는 유리공예 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안도 다다오의 슬릿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함께 미술 서적을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유민미술관에서는 제주도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물로 마음이 열리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유민미술관, Jeju-do, Korea, Ando Tadao, 2008


버섯램프, 에밀갈레(1846-1904),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