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마사루(佐藤 勝) 공사
한국의 매력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 공보문화원장
사토 마사루(佐藤 勝)

한국에 부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주말을 이용해 봄철 지방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에는 통영, 해인사, 남대구에 있는 녹동서원과 한일우호관, 경주, 안동 하회마을을 4일간 둘러봤다.
강행군이었지만, 지방을 돌다 보니 서울과는 또 다른 한국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

통영
아침 9시에 서울을 출발, 도중 휴게소에 들르며 쉬엄쉬엄 갔더니 도착은 오후 3시였다. 고속도로의 중간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일본의 ‘미치노에키(道の駅)’와 같은 곳으로
음악 CD까지 판매하고 있다. 음을 쫓기 위해 K-POP 댄스 음악 CD를 샀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곳이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인기인 나오시마(直島) 등이 있는
일본의 세토내해(瀬戸内海)와 같은 평온한 바다가 한반도 남단의 섬 주변에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의 가장 큰 대형 목조건축물의 하나인 세병관.
정말로 크고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내에는 이순신 장군의 기념비가 도처에 있는데, 이 고장은 임진란 당시의 격전지 중 한 곳이라고 한다.
근처도 벚꽃 명소가 있다고 들었지만, 이곳의 꽃도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통영국제음악제에 초청을 받아 개막식과 오프닝 콘서트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다수의 기업이 스폰서로 이름이 올라 있었다.
한국의 ‘메세나’ 활동은 왕성하다. 콘서트는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오리엔탈 곡조의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번스타인으로 이어졌다. 모두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콘서트장 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거리의 조명이 바닷물 위에 선명히 비쳐 아름다웠다.
경주
이번 지방여행의 하이라이트. 일본 교토(京都)의 도회적인 분위기와 나라(奈良)의 소박하고 그윽한 멋을 더해 둘로 나눈 듯한 정취가 있어 이곳이 금세 좋아졌다.
불국사 근처의 조용한 언덕 위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대게찌개를 즐겼다. 지방 막걸리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단지에서 표주박으로 떠먹는 호쾌함에다 맛도 진하고, 쌀알 같은 것이 떠 있지만 맛있었다.
이튿날 아침 피로가 싹 풀려 석굴암으로 직행.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석굴암 입구의 일주문에서 동쪽 바다가 보인다.
아쉽게도 불상 사진 촬영은 금지라 훌륭한 신라의 불교문화 예술을 눈에 아로새겼다.
나라(奈良)와 가마쿠라(鎌倉)의 대불과 비교하면, 손의 위치는 다르지만 얼굴의 형태가 닮아 있어 어떤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후 또 하나의 세계유산인 불국사로 이동했다. 내가 처음으로 해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약 40년 전. 당시 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해외 단파방송을 듣고 KBS
라디오에 청취 소감을 보냈다. 그랬더니 ‘눈 덮인 불국사’ 사진이 담긴 그림엽서를 보내왔다. 이곳이 바로 내가 외교관이 된 원점의 장소다. 기념으로 비디오 촬영도 했다.
그것은 ‘겨울’의 불국사였지만, 이번에 육안으로 본 것은 ‘봄’의 불국사. 너무도 멋진 모습에 감동했다. 기단부의 돌층계가 성처럼 높이 솟아 있어서일까.
1시간은 족히 거기에 머물면서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상부에 있는 석가탑은 수리 중이었지만, 다보탑은 볼 수 있었다
일본에는 목조탑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석탑밖에 보지 못했다. 전화를 피하기 위해서일까 기상 조건의 차이 때문일까. 매점에서 '가을'의 불국사 사진을 샀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업무상의 이유를 제외하면 내 경우는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전에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인 부여와 군산을 찾아 백강전투(663년)가 벌어졌던 금강 하류를 보고 왔다. 오전 10시부터 석불군(群)을 보러 남산을 등산했다.
색색의 사랑스럽게 핀 나무 꽃을 보면서 1시간쯤 오르자 중턱에 있는 칠불암에 도착, 다시 신선암까지 올라 갔다.
주변은 바위로 뒤덮인 길이 많아서 최소한의 등산 준비가 필요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한국은 등산이 활발하다. 나도 한국에 와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맨 처음은 강화도의 마니산에 올랐다.
산 정상에는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단군이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었다.
경주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시내를 둘러봤다. 먼저 신라 선덕여왕을 기리는 분황사에 가봤다.
월지(안압지)에서는 옛 신라의 연회가 상상되었다. 일전에 방문했던 백제·부여의 궁남지와 비교하면 궁남지는 우아함이, 안압지는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산지가 많은 경상도와 곡창지대가 펼쳐진 전라도의 차이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첨성대(옛 천문관측대)도 매우 흥미 깊었다. 대릉원에 있는 천마총에서 처음 고분 안으로 들어갔다. 신라의 궁성인 반월성에서는 청솔모가 나를 반겨주었다.
내일 휴관인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슬슬 발걸음을 서둘러야 할 시간이다(오후 5시반).

이곳에는 수많은 국보가 전시되어 있으며, 국보인 금제 왕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폐관 시간인 7시 직전까지 구경하다가
직원한테 “이제 문 닫을 시간입니다”라는 재촉을 들었다. 주위에는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신라)의 역사를 배우는 충실한 하루였다.
드디어 마지막 날. 경주를 떠나기 전, 아침 일찍 일어나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해상왕릉을 보러 갔다.
한편, 일본과의 인연설도 있는 신라 제4대왕 석탈해의 탄강유허(昔脫解王誕降遺墟)가 있다는 것을 알고 꼭 가보려 했으나 결국 당도하지 못했다.
다음 번에는 잘 알아 본 뒤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