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소식
577호
공보문화원 광장┃문화원 리포터가 전하는 일본
아키타를
보다. 먹다. 즐기다

글·사진: 김상학
일본문화원 리포터 8기
#오야코동 #아키타현립미술관 #아키타시 민속예능전승관

아키타 간토 마쓰리

아키타시 민속예능전승관
아키타는 일본 도호쿠 지방 북서쪽에 있는 ‘아키타시’가 중심 도시인 지역입니다. 일본 곡창지대로 특히 현의 장려 품종 쌀인 ‘아키타 코마치’가 유명합니다. 또한 일본의 대표 견종인 ‘아키타견’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향토 음식으로 밥을 반쯤 으깨 만드는 기리탄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의 로케이션 촬영지로 유명한 다자와코(田沢湖), 뉴토야마(乳頭山) 깊숙이 위치한 각기 다른 원천의 뉴토 온천 마을, 아키타 내륙을 달리는 아키타 내륙종단철도 등 천혜의 자연이 있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지역입니다.
아키타만의 매력은 무엇일지 기대감을 가지고 아키타시에 위치한 아키타 역에서 여행을 시작해 봅니다. 여행의 시작부터 귀여운 강아지가 나를 반겨줍니다. 강아지 품종은 아키타견으로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본 견종 중 유일한 대형견입니다. 시부야의 하치코 동상의 주인공인 하치가 바로 아키타견입니다. 아키타에는 쌀만큼 유명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닭입니다. 아키타에는 일본 3대 토종닭 중 천연기념물인 히나이 닭을 베이스로 개량한 품종인 ‘히나이 토종닭’의 고장입니다. 이 히나이 토종닭만 취급하는 전문점에서 제가 선택한 메뉴는 오야코동인데 살짝 익은 계란과 닭고기가 상당히 일품입니다.
아키타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은 ‘아키타현립미술관(秋田県立美術館)’입니다. 아키타현립미술관은 건축물 자체로도 유명한데,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가 그 매력을 과감하게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들린 ‘아키타시 민속예능전승관(秋田市民俗芸能伝承館)’. 도호쿠 지방에서도 유명한, 아키타에서 가장 큰 여름축제, ‘아키타 간토 마쓰리(秋田竿燈まつり)’와 관련된 전시관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물체가 간토입니다. 간토는 벼 이삭을 의미하며, 간토에 달린 연등은 쌀알을 의미합니다. 이 간토를 이마, 허리, 어깨 등에 올려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간토의 크기는 정말 다양한데 5m에 5kg의 간토부터 12m에 50kg의 간토까지 있었습니다.

아키타견

아키타 현립 미술관

히나이 토종닭 오야코동
#센슈우 공원 #기리탄포 나베 #다자와코
산책을 겸하여 ‘센슈우 공원(千秋公園)’도 올라가 봅니다. 비록 복원된 성이지만 공원 내에 ‘구보타성(久保田城)’이 있어 ‘천수각(天守閣)’에 올라가 아키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낮은 건물 위주의 도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한국과 다른 풍경도 일본을 여행하고 싶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키타 여행 준비를 하면서 정말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었습니다. 아키타의 향토 음식 ‘기리탄포’입니다. 밥을 반쯤 으깨 꼬챙이에 모양을 성형해서 굽는 일종의 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기리탄포는 미소 된장을 발라 구워 먹거나, 나베로 끓여 먹는데 나는 나베를 선택했습니다. 기리탄포 나베를 주문하는데 사장님이 도쿄 사람인지 물어봤습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아키타에 여행 온 것을 놀라워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깊게 우러난 육수는 무척 감칠맛이 좋았고, 그 육수가 배어든 기리탄포는 쫄깃하면서 맛이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아키타에서 기리탄포 나베는 앞서 이야기했던 히나이 토종닭으로 육수를 만든다고 합니다.
아키타시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새벽부터 아키타역에서 센보쿠시(仙北市)로 갔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타고, 센보쿠시 다자와코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버스를 타고 ‘다자와코’로 갔습니다. 다자와코는 수심이 423.4m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라고 합니다.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와도 인연이 있는 호수인데 다자와코에 있는 ‘다쓰코 상’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기리탄포 나베

구보타성

아키타 시내

디지와코
#뉴토야마 #7개의 료칸 #카이세키
다시 버스를 타고 ‘뉴토야마’로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길이 꼬불거리고 높이 올라가는데 버스로 어떻게 올라갈 수 있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뉴토 온천마을’. 해발고도 600m ~ 800m에 위치한 작은 온천마을입니다. 이 뉴토 온천마을은 7개의 료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기 다른 원천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토 온천마을에는 재미난 시스템이 있었는데 이 7가지 어떤 료칸에서 머물든 간에 ‘온천 순례 수첩(湯めぐり帖)’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수첩을 구매하면 구매한 료칸을 제외한 다른 료칸에 당일 입욕이 가능하고, 각 료칸 입구에 세워주는 온천 순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료칸은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대적으로 꾸며둔 료칸부터 전통의 느낌이 그대로 드는 료칸까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료칸의 경우 노천탕이 료칸에서 조금 떨어진 숲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정말 자연 속에서 온천을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에! 자연 속에 있어 바로 옆에서 뱀도 온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갔으면 바로 찍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저녁 식사를 하러 숙박하는 쿠로유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려한 모습에 회, 고기 등으로 이루어진 가이세키와 달리 이곳의 식재료로만 이루어진 소박한 가이세키였습니다. 기리탄포 나베와 민물고기 소금구이가 메인인 가이세키. 정석적인 가이세키가 아니라 뉴토만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뉴토 온천마을

뉴토 온천마을 가이세키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다자와코역’으로 돌아갑니다. 조금 더 느긋이 있고 싶지만 일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다자와코역에서 미니 신칸센, ‘아키타 신칸센’을 타고 ‘가쿠노다테 역’으로 갑니다. 이 아키타 신칸센의 애칭은 ‘코마치’. 아키타의 쌀 품종 ‘아키타 코마치’와 이름이 같습니다.
아키타 출신인 고대 여류시인 ‘오노노 코마치(小野小町)’가 그 이름의 유래입니다. 절세미인으로 유명한데 그래서 ‘코마치’를 아름다운 여성의 호칭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쿠노다테 역으로 간 이유는 아키타 여행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인 ‘아키타 내륙 종단 철도’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출발 시간까지 가쿠노다테 지역을 둘러보는데 ‘도호쿠의 작은 교토’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옛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곳은 ‘히노키나이 강(桧木内川)’이었습니다. 성인 두 명은 있어야 감쌀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벚나무로 이루어진 제방과, 사람이 적어 한적한 히노키나이 강은 경치도 좋아 멍하니 앉아, 한적히 바람을 맞고 있기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느긋이 강가에 있다 보니 어느새 아키타 내륙종단철도 출발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량짜리 조그마한 아키타 내륙 종단 철도. 아키타 내륙종단철도의 끝이 아키타 여행의 마지막이지만, 곧 다가올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지막까지 아키타를 맘껏 즐겨봅니다. 철길 양옆은 인공적인 것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자연만 보였습니다. 제가 탔던 기차는 에어컨이 고장 나서 바람을 맞으며 달렸습니다. 빨간 다리 위에서 기차가 천천히 달렸는데 아키타 내륙 종단 철도에서 가장 절경인 부분이라고 합니다. 다리 저 아래, 거세게 흐르는 강과 높이 우뚝 솟은 나무는 절경이었습니다. 아키타의 매력을 온몸으로 맞은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히노키나이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