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케 아쓰유키(尾池厚之)공사
일한경제교류의 계절
주한일본대사관 경제부장
오이케 아쓰유키(尾池厚之)
한국에게 이 가을은 시련의 계절이다.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했고 , 환율도 작년 피크 때와 비하면 달러는 40% 정도, 엔화(円貨)는 80% 가까이나 떨어진 순간도 있었다. 3개월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1년 전에 비해 거의 1%가 올랐다. 원화 약세와 원유가의 급등은 수입물가의 대폭적인 앙등을 불러 가계 (家計)를 직격하고, 성장률의 예측도 조금씩 계속 떨어져 현재는 3%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는 이코노미스트들이 태반이다. 한때 항간에 떠돌던‘9월 위기설'은 사라졌지만 경제상황의 악화는 당분간 지속되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10월 전반기에는 세 그룹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찾았다 . 우선 고노(河野) 경제 담당 외무심의관(차관급)을 대표로 하는 일본 정부 대표단이 방한해 10월 1일 일한 고위급 경제 협의를, 이튿날은 과장급의 실무협의를 가졌다. 이어서 10일에는 미타라이(御手洗) 게이단렌( 経団 連 )회장을 단장으로 최근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의원에도 선출된 초(張) 도요타(トヨタ)회장, 미무라(三村) 신닛테쓰(新日 鉄)회장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재계인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서울에 와서 조석래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 재계 인사들과 ‘ 제 2차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테이블 (BSR)'을 개최했다. 또 12~15일에는 간사이(関西)경제연합회에서 마쓰시타(松下)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이 내한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의 정부 요인과 회담을 가졌다.
이처럼 세 차례의 큰 경제 협의 및 대화의 기회를 가졌는데, 양국 모두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앞길이 막힌 느낌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이 같은 회합을 가진 의의는 무엇일까요. 물론 이러한 협의의 장에서 일한 쌍방이 경제 상황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서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을 확인한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좀더 구체적으로 양국이 공동대처해야 할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이런 관점에서 이번 세 사절단의 성과를 보면 꽤 흥미로운 점을 깨닫게 된다.
세 차례의 협의 및 대화의 기회에 일본 측의 민관 모두가 일치하여 호소한 것이 있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이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역내의 2대 선진국인 일한양국은 이에 공동 대처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최대의 인프라야말로 일한 FTA/EPA라는 점이다. 일한양국의 경제구조나 경제발전 단계는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 양국이 FTA/EPA를 통해 연대를 다지고, 제도의 공통화를 꾀하고, 민간기업의 제휴와 기술교류를 심화해간다면, 지역경제의 통합 추진이나 지역경제의 활성화 면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고 또 많은 분야에서 양국기업 간의 기술수준 격차가 존재하는 현상에서 FTA/EPA는 한국기업에게 불리하다면서 신중한 자세를 허물지 않고 있다. 다만 민관을 불문하고 한국 측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위해서는 일본기업과의 제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FTA/EPA에는 신중해도 중소기업 간의 협력촉진이나 일본부품소재 메이커의 대한투자촉진에는 열심이다.
이렇듯 양국 정부나 민간기업 간에 다소의 엇갈림은 있을지언정 양국 정부가 환경・에너지, 물류, 관광을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고, 민간 기업들이 동북아시아, 러시아, 혹은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제휴하며 비즈니스를 추진해가는 것이 쌍방의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 일한 간에서 특징적인 것은 협력 양상이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경제교류의 확대가 앞으로는 중소기업 서미트와 같은 형태로 중소기업에도 확산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번의 일련의 협의나 대화는 양국 요인이 만나 상대를 이해하고 향후의 협력이나 비즈니스를 향한 채널 조성을 했다는 점이 최대의 성과였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서울에 부임해온 작년 초 무렵에는 양국 간의 경제면에서의 인적 연결고리의 약화가 거론되고 있었다. 정부 간에는 FTA/EPA 교섭 중단으로 냉랭한 분위기였고, 민간기업 간에도 제휴나 협력보다는 경쟁의 측면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양국 정치관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 때에 비하면, 최근 사뭇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10월에 있은 세 차례의 회합을 보고 느낀 점은 만남이 다시 만남을 낳고, 협력과 제휴의 기운이 퍼져 나가는 것이 지금의 일한경제관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