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
주대한민국일본국특명전권대사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최근에 기쁜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도 꽤 많지만 좋은 일도 있다. 일한관계에도 여러모로 좋은 일이 있다.
지난 1월, 한국의 열 살 난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곰돌이 푸가 그려진 편지지에 능숙한 영어로 쓴 편지였다.‘저는 한국에 살고 있고, 열 살입니다.
저는 초밥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언젠가 대사님 나라에 가고 싶습니다. 책이랑 영화로 일본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사님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또 일본에서는 어떤 스포츠가 성행하고 있나요?’라고 쓴 뒤, ‘한국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세요.’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열 살짜리 초등학생이 용케도 이런 훌륭한 영어를 쓸 줄 아는구나 하고 감탄한 그 이상으로 따뜻한 사연에 감격했다. 그건 말로는 좀처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정성껏 답장을 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수제비와 파전이란 내용도 포함해서.
또 작년 여름에는 한국의 중학생한테서 일본어로 쓴 편지가 왔다. 나를 보고 싶다기에 대사관에서 만났다. 매우 총명한 학생이었다.
장차 일본 대학에서 공부하여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편지를 받으면 힘이 솟는다.
3월 하순, 일한양국의 대학생 등 50여 명이 환경을 테마로 모였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한 뒤, 경상북도 포항에서 교류를 가졌다.
일본이 비용을 대고 양국이 협력, 시행 중인 공동 볼런티어 사업으로 양국에서 실시한다. 한국에서의 교류에 앞서, 별도의 그룹이 일본 돗토리현(鳥取県)에서 교류를 가졌다.
포항시에는 나도 갔었다. 바쁜 가운데 박승호 포항시장도 양국 대표단을 만나 청년들을 격려했다. 양국의 참가자 일행은 한 자리에 모여 포항시의 환경정책을 공부하고,
이튿날에는 구룡포 해안에 나가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젊은이들은 영어와 한국말을 구사하며 순식간에 친해졌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역시 양국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직접 만나서 뭔가 함께하는 교류의 장을 앞으로도 자꾸 마련해야 하겠다.
제네시스(JENESYS)라는 일본정부 프로그램에 따라 교류하는 일한양국의 청소년은 2009년도에만 2000명에 이르렀다.
5월 초에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이끄는 영국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전라남도 소록도의 한센인 치료시설인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 연주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멋진
기획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2월, 나도 소록도를 방문했다. 일본정부는 식민지시대의 한센인 격리에 대하여 일본국내의 법률에 따라 한국 관계자들에게 보상조치를 취해 왔다.
소록도에 계신 관계자 124명 전원에 대한 보상이 작년도에 완료되어 보고하러 갔었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관계자들을 만나 뵙고 그간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 분들의 정신적 고통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며 섬을 떠났다.
한편 소록도 외에도 식민지시대에 격리 조치당한 관계자들이 아직도 53분이나 계신다. 일본정부는 계속 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며칠 전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갑자기 메일을 받았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에 적을 둔 캐롤라이나 브라운(가명)양한테서였다. 9월부터 하버드대 의학부에 가기로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버드대 의학부라고 하면 미국을 통틀어, 아니 세계에서도 굴지의 의학대학이다. 나는 당장 축하 메일을 보냈다.
그녀를 만난 것은 2006년에 내가 남아공에 근무할 때다. 미국의 대학은 입학 지원자의 면접을 국내외에 거주하는 졸업생한테 의뢰하고 있다. 훌륭한 제도다.
나도 아프리카 남단의 땅에서 프린스턴대 입학을 지원한 몇 명의 고교생을 면접한 결과를 대학에 송부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브라운 양이었다. 아직 청순한 여고생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부친과 함께 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그대로 써서 대학에 보냈다. 그 때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프린스턴 대학에
떡하니 합격했다. 입학 후, 대학에서 친구와 함께 창간했다는 캠퍼스 잡지 ‘프리즘(Prism)’을 이따금 보내왔다.
그러고 보니 면접 때도 장차 의학 공부를 하고 싶단 말을 했던 생각이 난다.
젊은이들이 세계무대로 쑥쑥 발전해가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런 기쁜 마음에 국경이란 없다. 무릇 젊은이들에게는 국경이 없다. 그런 젊은 세대에게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이 또한 부러운 일이다.
최근 맛있는 수제비 집을 또 한 군데 발견했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이 집 수제비는 혀에 닿는 맛이 남다르다 (시게이에 도시노리 2010/5/20).
번역 :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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