戌(개), 申(원숭이), 寅(호랑이), 그리고 고양이(?)
지난해 8월 초순에 부임한 후 어느새 반년이 다 되어 간다. 각계각층의 분들이 따뜻이 맞아주신 가운데 여러 경험을 거친 지 이제 반년. 기분상으로는 이제 막 새 임지에서
스타트 라인을 출발하는 느낌이다. 마침 이곳에서 음력설을 맞이한 것을 계기로 하여 앞으로 이따금 내가 느낀 인상을 글로 써볼까 한다.
올해는 병술년(丙戌年), 개띠의 해다. ‘개’라고 하면, 요즘은 서울거리에서도 애견을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일본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현상이다.
경제발전과 작은 애완견의 유행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병술년이란 말에서 십이지(十二支)에 생각이 미쳤지만, 십이지 동물 가운데 한국에는 있고 일본에는 없는 것, 반대로 일본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원숭이는 한국에, 아니 한반도에는 서식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에 한국 분한테 물어 보았다. 그러자“글쎄요? 최소한 동물원에는있지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생 원숭이는 없음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 원숭이가 원숭이 서식지로는 북쪽 한계선이란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북쪽에 위치한 한반도에 원숭 이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원숭이는 없어도 한국어에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고사성어는 있는 모양이다. 이 개념이 중국에서 들어왔을 때 이곳 사람들은‘원숭이’ 가 어떤 동물인지 알고 있었을까.
일본어로는‘겐엔노나카(犬猿の仲)’라고 하는데, 이 말이 일본에 도래했을 때 사람들은 도중의 한국에는 원숭이가 없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으리라.
일본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면 이 말은 원숭이라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중국대륙에서 바다를 거쳐 직접 일본으로 건너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와 반대로 일본에는 없고 한국에는 있는, 적어도 옛날에는 살았던 것이 호랑이다. 호랑이는 북방 동물인가 보다. 일본에서는 이웃 한반도에 원숭이가 없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랑이가 있다는 것은 예로부터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나도 어릴 때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호랑이 퇴치 설화(說話)를 들은 일이 있다.
호랑이를 물리친 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 배후의 불행했던 역사의 한 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가토 기요마사는 한국에서 자주 문제가 되곤 하는
역사 속의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십이지와 원숭이와 호랑이 이야기만 하더라도 무거운 역사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양국관계의 실태이다.
이에 앞으로 역사를 더욱 엄숙히 받아들이면서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노력하며, 미래를 직시해 나가고자 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십이지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일까? 일본의 고양이는 맨섬(Man島:영국과 아일랜드의 사이에 있는 섬)의 고양이만큼은 아니지만
꼬리가 동그랗게 말린 것들이 많은데, 한국의 고양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좀더 주의 깊게 보아야겠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양띠다.
주한일본대사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