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40년의 행복
주대한민국일본국 특명전권대사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나는 2010년 8월 일한 합병 100년 후의 첫 대사로 부임해 2년여의 주한대사 임무를 마치고 며칠 전 일본에 귀국했다.
첫 한국 근무는 1975년.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한국과 친교를 맺어온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그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적 교류 발전은 눈부시다. 양국 간의 연간 왕래는 500만 명을 넘었으며, 일본인은 한국의 드라마・K-POP에 푹 빠져 있고, 한국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소설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마음의 유대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동일본대지진 때 한국 국민이 보여준 우정으로 마치 자국민이 피해자이기나 한 양
온정을 베풀었다. 많은 일본인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따뜻한 마음이었다.
경제면에서도 지난 몇 년 두드러지게 관계가 긴밀해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對日) 수출은 전년 대비 40% 남짓 늘었고, 올해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는 현재까지 지난해의 2배
이상 속도의 증가세다. 아울러 세계 각지에서 양국 기업이 협력해 자원 개발, 인프라 건설 수주를 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추계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세계의
인프라 수요는 71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양국의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세계의 인프라 수요에 어떻게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가 열쇠다.
이 인프라 사업들은 대형화하고 있으며, 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도 어느 한 나라 기업만 참여하지 않고 몇 개국 기업이 협력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리 양국 기업의 강점은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 막강한 기업연합을 이룰 수 있다. 일한 자유무역협정/경제동반자협정(FTA/EPA)은 이러한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일체화된 경제활동 이익을 양국 기업이 누리기 위한 틀이라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많은 한국 분들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양국은 정치적으로도 가치관과 국가 이익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다. 물론 이웃하는 만큼 대립도 있다. 역사・영토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되기 힘들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분야의 협력마저 정체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협력의 메리트가 훨씬 크다는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국 관계를 돌이켜볼 때 가장 시사적인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해서 ‘일한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던 무렵이 아닌가 싶다. 당시는 상대방의
긍정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서로 긍정적으로 보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정치・경제・문화 등의 폭 넓은 교류와 호감도가 높아졌던 시기다.
요즘 보도 등을 보노라면 일본은 다시 군국주의로 향하고 있다거나 식민지 지배를 꿈꾸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이것이 오해라는 점을
잘 알리라고 생각한다. 양국 젊은이 교류를 보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후 일본이 평화국가가 되었음을 안다면 일본에 대한 비판은 있을지언정 감정적으로
일본을 싫어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또한 일본 국내의 한국에 대한 자세도 좀 더 온건해질 것이다.
일한 관계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성장해왔다. 어려움에 빠질 때도 빠르지만 회복도 빠른 것이 양국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양국은 가장 친밀감이 솟는 이웃
으로서 교류 폭이 착실히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교류에서도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제일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 우리 양국이다. 한편 다케시마나 위안부 문제 등이 생겨도
교류 자체는 멈추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정치적인 감정 대립으로 발전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의 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유학생 교환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청소년 교류를 통한 의견 교환의 기회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이해를 더욱 넓고 깊게 다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의 대사이자 외교관으로서의 인생은 매듭을 지었지만 앞으로도 한국과의 교류는 계속하며 양국 간의 더 깊은 상호 이해를 위해 힘을 다할 생각이다.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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