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일, 나는 일본대사관 근무를 위해 김포공항에 내려섰습니다. 10여 년 만에 보는 김포공항이 아주 밝게 리모델링되어 있어 놀랐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창 밖의 서울 거리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과 마찬가지로 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그리운 나머지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서울 시내 곳곳의 눈에 띄게 변모하는 모습에는 그저 고개가 수그러질 뿐이라고 할까요. (엄청나던 교통량의 삼일 고가도로를 허물고 시민의 쉼터인 청계천을 되살린다는 것은 일본인들에게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발상이 아니겠는가.) 10년 전에도 강남 지역의 근대 건축화의 물결은 대단한 기세로 진척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속도가 더욱 빨라져, 한국 친구의 말을 빌자면 ‘그 쪽은 서울이 아닌 강남국(江南國)'이라고 할 정도. 확실히 그런 감각으로 보면 건물만이 아니라 달리는 차도 외제차가 많고, 길 가는 사람들의 복장도 화려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내 연배가 되면 무조건 ‘서울 거리가 근대화돼서 좋다'는 느낌과는 반대로, 정겨운 서울 거리가 자꾸만 사라져 간다는 터무니없는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걷는 인사동도 말끔히 정비되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 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큰길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선물가게들로 덮여 옛 정취와 그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서글픈 감이 듭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일본대사관 주변, 종로구청 앞 청진동 일대의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어 점심(청국장, 알탕, 만두 칼국수, 순두부 등등)을 먹으러 다니던 단골집, 또 청진동길 좌우의 미로와도 같은 좁다란 골목길과 순대, 족발, 곱창전골, 꼬리곰탕, 감자탕, 추어탕, 장어구이, 대구탕, 복냄비 등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가게들도 모조리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먹이를 노리는 뱀 때문에 숨죽이고 있는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린 작은 집을 굴삭기의 대형 브레이커가 순식간에 인정사정 없이 깨끗이 쓸어버리는 모습은 왠지 무정하기조차 합니다.
딴은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옛 것에 연연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겠지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헌것을 부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알고 있습니다. 다만 추억이 가득 깃든 곳이 사라지는 데 대한 허전함은 만국 공통이어서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나 똑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10년 전의 일을 말할 때 자주‘히토무카시마에(一昔前)'란 표현을 씁니다만, 10년 후 서울 거리를 찾아와‘히토무카시마에'에는 이 자리에 이런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었노라고 후배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추억의 편린만이라도 남겨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따름입니다.
아마도 요즘 시대는 10년이 어떻고 하는 따위의 느긋한 흐름이 아니라, 더 더욱 빨리 그 흐름 속에서 서울 거리의 변모도 가속화되어 속도가 빨라져 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강의 물결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도도히 흐르며 수면 위에 비치는 서울 거리의 변해 가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응시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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