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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속편을 보고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髙橋妙子)


지난달 코엑스에서 ‘제4회 일본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일본영화 : 표현의 힘!”이란 주제로 만화가 원작인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18편의 영화를 선보였습니다. 또 14일의 개막식 때는 아오키 타모쓰 문화청장관 외에 다수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河童のクゥと夏休み)'이 상영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일본 전래동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 갓파(河童)가 우연히 300년 전의 세계에서 21세기의 도쿄 교외에 나타나 소년 ‘고이치(康一)’ 및 그의 가족과 우정을 키워간다는 참 따사로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옛 이야기 속의 생물로만 여겼던 갓파가 실제 모습을 드러냈으니 세상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요. 쿠는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고이치의 도움을 받아 동족들이 사는 곳을 찾으려 하지만 도쿄 주변의 환경은 갓파가 살던 300년 전과는 엄청나게 달라졌으니……. 사람과 갓파의 우정을 그리면서 현대사회 언론의 참모습과 지구환경문제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 정작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마지막 날인 18일 상영된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속편]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속편으로, 전편을 봤을 때 너무 감동한 나머지 어서 빨리 속편이 나왔으면 했습니다. 그런 '3번가의 석양' 전편이 이제껏 한국 영화관에서 공개된 적이 없다는 말에 아쉬우면서도 역시 한국에서는 무리인가 하고 단념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서 속편이 소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움을 느끼는 한편 조금은 놀랐습니다.


  전편과 속편을 모두 보신 분은 잘 아시다시피, 이 [3번가] 시리즈는 1958년과 1959년의 도쿄를 무대로 여러 인물들을 다룬 군상극(群像劇)으로서 쇼와(昭和)라는 약동감 넘치는 시대의 모티브가 넘칠 듯 흐릅니다. 많은 일본인들에게 소년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기억 한 구석에 잠들어 있던 쇼와. 허나 그 기억의 보따리를 펼치면, 그곳에는 엄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날의 놀이 속에서 모험을 찾아 나서고, 어른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리라는 믿음 아래 열심히 일했습니다. 실제로 숱한 가정이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같은 3종의 신기(神器)를 조금씩 갖추면서 ‘풍요’를 체감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학교 급식비도 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대에 자란 일본 중노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3번가의 석양] 전편은 일본내에 ‘쇼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도 이 영화를 봄으로써 ‘쇼와’를 간접 체험한 셈입니다.


  전편의 시대 배경은 도쿄 타워의 건설을 추진 중이던 쇼와 33년, 즉 1958년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도쿄 타워도 조금씩 높아지지만, 도쿄 타워의 건설은 2차 대전으로 잿더미가 된 일본의 변모와 부흥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코엑스의 시사회장에서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아베 슈지(阿部修司) 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베 씨는 도쿄 타워의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던 58년 당시 8살의 나이로 날마다 높아지는 타워의 모습을 설레는 가슴으로 지켜보았답니다. 그러다 영화 일에 종사하면서 그런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요. 하지만 도쿄 타워 건설 얘기만으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없어 단념하려던 참에 사이간 료헤이(西岸良平)의 만화 [3번가의 석양(三丁目の夕日)]을 만났습니다. 그 후 VFX(시각효과) 영화로 정평이 나 있는 야마자키 타카시(山崎貴) 감독에게 만화의 풍경과 아베 씨 자신의 체험이 어우러진 작품을 제작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처음 야마자키 감독(쇼와 39년=1964년생)은 쇼와 30년대를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하다가 아베 씨의 간절한 요청에 사이간 씨의 원작을 몇 번이고 읽은 뒤 하나의 각본으로 엮었다고합니다. 이렇게 해서 야마자키 감독이 VFX 기술을 구사하여 실제보다도 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석양 신이 전편과 속편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입니다.


  앞에서 ‘(3번가의 석양은) 한국에선 무리인가’ 하고 생각했던 까닭은, 일본의 쇼와라는 시대성을 한국 분들이 얼마나 이해하실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린 장면에서는 웃음소리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장면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극장 안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슈크림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전편에서는 석양의 3번가에 사는 스즈키(鈴木) 씨 집에 전기냉장고를 들여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스박스밖에 없어 여름이면 매일 얼음집에서 얼음 덩어리를 배달했으나, 어쩌다 가게가 쉬기라도 할라치면 얼음이 녹아 버려 안에 넣어둔 것들이 상하곤 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스즈키 씨 집에 손님이 옵니다. 그 당시로선 귀한 슈크림을 선물로 들고……. 야쿠시마루 히로코(師師丸ひろ子)가 분한 스즈키 집안의 주부 도모에(トモエ)는 아이스박스 안에 넣어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슈크림을 썩히고 맙니다. 그러자 도모에는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하러 온 소녀 로쿠(ロク)에게 버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경한 지 얼마 안 돼 난생 처음 슈크림을 본 로쿠가 아까워서 몰래 먹었다가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바람에 난리법석이 납니다.


  속편에서는 다른 손님이 선물을 들고 찾아옵니다. 선물꾸러미를 확인하는 도모에와 로쿠. 슈크림인 줄 안 순간 둘은 서로를 빤히 쳐다봅니다. 전편을 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반드시 웃음이 나오기 마련인데, 코엑스 관객들의 반응이 꼭 그랬습니다. 대다수 관객이 이미 전편을 보신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이 환해지자 나는 어느새 관객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20대에서 40대 안팎의 그야말로 야마자키 감독과 비슷한 연배거나 더 젊어 보였습니다. 한국의 영화관에서는 상영된 적이 없는 작품에 이 정도의 한국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일본의 쇼와를 그린 영화를 이해하고 계신 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야마자키 감독은 한국의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그 뭔가를 갖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이를 전달할 수 있는 걸까, 솔직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편과 속편에 걸쳐 이 작품에는 [겨울 연가]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도 담겨 있습니다. 보는 즐거움이 큰 지라 굳이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3번가의 석양' 전편은 이달말부터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DVD로 빌려 보실 수 있습니다.

번역 :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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