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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제 한마당 2007 in Seoul'을 돌아보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髙橋妙子)


“아무튼, 지독히도 추웠다!”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진‘한일 축제 한마당 2007 in Seoul’의 첫날 막이 내렸을 때의 소감입니다. 최고 9. 6도, 최저 3.2도, 평균 6.2도의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습니다. 마지막 출연자인 윤하 씨의 무대가 끝난 밤 10시 경에는 3-4도쯤 되지 않았을까요. 평균기온 30도의 필리핀에서 근무하다 온 내게는 그야말로 영하(零下)의 세계로 끝날 무렵에는 거의 꽁꽁 언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남아 계신 실행위원 몇 분과 가까운 선술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자 얼어붙었던 몸에 차츰 생기가 돌면서 그 날의 무대와 관중들의 반응이 또렷이 되살아났습니다.


  개회식에 이어 연달아 특설무대에 오른 다양한 볼거리들. 하도 많아서 어느 것을 소개해야 좋을지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굳이 몇 가지를 고른다면 이렇습니다. 먼저 일본 측의 볼거리를 보면 가령 서울 일본인학교 어린이들의‘요사코이 소란춤(よさこいソ-ラン踊り)’은 씩씩하고 귀여웠으며, 이와테현의 사슴춤‘시시오도리(鹿踊り)’, 시마네현의‘이와미 카구라’와 구마모토현의‘야마가 토로’는 일본의 고교생들이 각 고장마다의 전통예능을 계승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일본 동북지방의 3대 축제 중하나인‘아키타 칸토’였던 걸까요. 시청사를 배경으로 한‘칸토’의 사진이 아키타 지방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렸습니다.‘우리의 축제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선보였다’며 사뭇 자랑스러워 하는 사진이었습니다.‘바야흐로 일한관계가 이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 측의 볼거리도 참 다채로웠습니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끌린 것은 한국무용입니다. 음력 8월 한가윗날, 달을 향해 원을 그리며 춘다는‘강강술래’는 전체적으로 아주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힘차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멋진 춤이었습니다. 또 KARMA(카르마)와 한오름 무용단의 현대적 안무의 춤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남는 것은 한국 전통무용가 김리혜 씨가 일본무용 수강생들과 함께 꾸민 일한 합동무대인데, 여기에는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합니다.

우리 공보문화원에서는 이전부터 샤미센(三味線)과 일본무용교실이 열리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본의 고명한 샤미센과 일본무용 선생님 두 분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서울에 와서 무보수로 한국인에게 당신들의 예능을 전수하고 싶다고 하시기에 공보문화원을 연습장으로 제공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축제 한마당 때, 이 제자들의 공연에 일본 측에서는 북과 샤미센 연주가가, 한국 측에서는 유명한 거문고 연주가 이세환 선생님과 전통무용의 김리혜 씨가 참가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무대에 오르게 된‘일한전통음악 합동공연’이 20일 밤, 2부의 첫머리를 장식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거문고, 샤미센, 일본 북의 연주와 한없이 우아한 김리혜 씨의 춤사위와 사랑스러운 일본무용교실 학생들의 군무. 일한이 그야말로 축제를 통해 교류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일한 합동공연이라는 점에서는, 서울 일본인학교 학생들과 동명아동복지센터 어린이 등 총 1백명이 한 목소리로 노래한 합창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일한관계의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분들 가운데는“큰 무대 위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합창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장차 일한관계를 떠맡을 일꾼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참, 퍼레이드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퍼레이드에도 정말 많은 단체가 참가해주셔서 어떤 곳을 소개해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역시 일본 PL학원 고등학교 배턴트월링 팀이 한국 제일을 자랑하는 염광 관악대의 연주에 맞춰 보여준 연기는 연도에 모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퍼레이드의 참맛 그 자체였습니다.


  또 서울 재팬클럽(SJC)의 ‘요사코이 아리랑’도 장관이었습니다. 요사코이 아리랑이란, 축제 한마당을 위해 일본의 ‘요사코이 소란’ 춤을 한국민요 ‘아리랑’에 맞게 다시 꾸민 것입니다. 2005년 첫해 50명이던 참가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져 올해는 사원부터 사장님, 또 꼬마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총 14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다 같이 붉은 색의 핫피(法被)를 입고 대나무로 만든 나루코(鳴子)를 울리며 춤추는 모습에서 축제 한마당의 심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올해의 퍼레이드의 꽃은 누가 뭐래도 ‘조선통신사’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올해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처음 파견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통신사란‘신의(信義)를 통하여 교류한다’는 뜻이며, 통신사는 조선국왕이 에도 막부(江戶幕府)의 요청을 받아들여 도쿠가와 장군에게 파견한 공식 외교사절입니다. 그 규모는 조선국왕의 국서를 받드는 3인(正使, 副使, 從事官), 최고 관료, 학자, 예술가, 악대, 경호원, 역관(譯官) 등 도합 300-500명에 이르러 에도 막부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들을 접대했다고 합니다. 이런 통신사가 200여년에 걸쳐 12차례 파견되었는데, 그 동안 일한양국 간에는 고도의 문화·예술교류가 도모되었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지속되었다 하여 최근 그 의의가 일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4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에 재현된 조선통신사가 지난 4월 서울을 출발하여 일본으로 향해 다양한 교류를 가진 뒤 이번‘한일 축제 한마당’에 맞춰 다시 서울로 돌아온 것입니다. 다채로운 색깔의 조선시대의 의상을 걸친 통신사 행렬은 실로 장관이어서 그야말로 당시를 방불케 했습니다.


  축제 한마당 둘째 날(10월 21일)

  둘째 날은 행사장이 시청 앞 광장에서 청계천으로 바뀌었습니다. 청계천 광장에 마련된 무대는 전날 시청 앞 광장의 대형 무대에 비하면 상당히 작았으나, 그만큼 관객과의 거리도 가깝고 날씨가 풀린 덕인지 첫날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출연자나 관객이나 운영위원이나 다들 하나가 되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축제를 즐기는 듯했습니다. 나도 요사코이 아리랑을 추는 ‘하나코리아’ 공연을 보다가 어느새 함께 춤추고 있었으니까요. 이 밖에도 쇼후쿠테이 긴페이씨의 한국어 라쿠고(落語)와 한국 전통마당극은 한국말을 모르는 내게도 느낌이 전달되어 오는 듯해 무척 흥미 깊었습니다. 둘째 날 오후의 2부는 학생위원회에게 그 운영을 맡겼는데 사회 진행방식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바로 전까지의 우리 운영위원회의 기획운영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한일 축제 한마당이 학생교류의 장이란 의미에서도 한껏 존재 의의를 과시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축제 한마당을 마치고

  한일축제 한마당은 2005년‘한일 우정의 해’의 대표적인 행사의 하나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획은 했지만 실은 일한관계가 정치문제로 불편한 가운데 정말로 성공할지 어떨지 의심스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막을 열고 보니, 일한 양국은 어떤 정치 상황에서도 시민교류만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해주신 양국 국민들 덕에 대성공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년, 한일 축제 한마당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여 장소도 대학로에서 서울시청 앞 광장과 청계천 일대로 옮겨 일한 쌍방에서 약 60개 단체, 연인원 2천여 명에 달하는 분들이 참가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녀가신 이틀간의 관객수도 7만5천 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8월말 부임한 이후 나는 후지야마(藤山) 전 원장을 대신해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준비에 임해 왔지만, 당초 이 축제 한마당이 이토록 멋진 행사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일한 쌍방향의 장대한 문화소개사업이며, 시민교류, 청년교류, 지방교류 등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 문화교류사업이었습니다. 이에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아니 2005년 당시부터 기획운영을 담당해오신 양국의 많은 관계자 분들께 다시금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이 행사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신 서울시민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에선‘한류 열풍’이란 말이 들린 지 오래입니다만,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1차 한류 열풍은 바로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이었다고 합니다.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맞은 오늘, 한일축제 한마당이 양국의 우호관계를 뒷받침하는 소중한 행사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번역 :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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