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T프로그램
JET프로그램 참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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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구마모토시(熊本市) 국제교류원(CIR) 이영수
1)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 소속 지자체의 매력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2016년 4월부터 구마모토시청 국제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구마모토시는 규슈 지역 중앙에 자리 잡은 구마모토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2012년에는 일본의 스무 번째 정령지정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400여 년 역사의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성곽도시이며 한때는 규슈의 최대 도시로 번성했지요. 이러한 역사가 남아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 지방자치단체 캐릭터로서 전국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구마몬의 대활약, 서일본 최대급의 아케이드 등 전통과 활기가 잘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랍니다.
특히 아소산의 지하수가 수돗물로 공급되는 천혜의 환경, 74만여 명의 인구 수 대비 많은 교육기관과 의료 시설 덕분에 주민의 생활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요. 2016년 4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지진은 구마모토에 큰 상처를 주었지만 이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힘차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2) 현재 하고 있는 국제교류원의 업무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그 업무의 매력도 소개해 주세요.
구마모토시에서는 통번역 업무, 우호협력도시 교류 업무, 한일 상호 방문단 수행, 시민 대상 문화 강좌, 초등학교 및 교육기관 방문 수업, 한국 상담 등 JET 프로그램 국제교류원의 업무에 명시된 거의 모든 형태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빈번한 업무는 번역입니다. 시청과 국제교류회관 등 국제과를 통해 의뢰받은 다양한 번역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짤막한 문장부터 시민 대상 안내문, 시의 발표 자료, 간행물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노면전차의 요금 안내 스티커나 지진 피해자 생활 지원 가이드북 등 임용 지역에서 자신이 직접 번역한 결과물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번역 작업의 큰 매력입니다.
'정기적으로는 매달 국제교류회관에서 강좌 세 개와 한국 상담을 진행합니다. 한국 문화 살롱은 ‘문화로 배우는 한국어’가 기본 테마이기 때문에 한국에 흥미를 가진 다양한 시민과 공감대를 쌓는 각별한 시간입니다. 성인 대상 다문화 살롱에서는 함께 근무하는 중국, 미국, 독일 국제교류원과 하나의 주제로 각각 자국 사정과 문화를 소개하고 참석자와의 토론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알아갑니다. 매번 자료 준비와 진행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많죠. 어린이 대상 다문화 살롱에서는 국제교류원끼리 매달 돌아가며 담당자가 되어 자국 문화를 주제로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만들기, 게임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한국 상담에서는 한국어, 유학, 진로 고민 등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립니다. 상담을 계기로 한국 문화 살롱에 와 주시는 분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뜻깊은 시간입니다.
비정기적으로는 한 달에 1~4회 정도 다른 나라 국제교류원과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놀이도 합니다. 학교마다 원하는 수업 내용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 틀을 정해 두고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이웃 나라인 한국, 한국 사람을 인생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각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국제교류회관의 이벤트, 한국 관련 행사 참가자의 사전 교육 등도 비정기적으로 실시합니다.
구마모토시는 2010년부터 울산광역시와 우호협력도시를 체결하고 청소년 교류, 한일 우정 콘서트, 마라톤 대회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데, 저는 평소 울산광역시와의 연락 업무를 맡으며 상호 방문 시에는 수행 통역을 합니다. 드물지만 한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의 연락 업무나 시청을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의 한국어 창구 역할도 합니다.
이렇듯 구마모토시 근무의 가장 큰 매력은 국제교류원으로서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가 비교적 넓다는 점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과 직접 만나서 한국 문화를 알릴 기회가 많은 데다, 우호협력도시 교류 등을 통해 한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 업무를 경험하는 것은 JET 프로그램 참가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합격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저는 JET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준비했습니다. JET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다른 도전자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에서 JET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지원자 평균 연령보다 아마도 월등히 많은 나이와 실직 등 개인적으로 절박한 상황을 껴안은 채 JET 프로그램에 도전했지요. 첫 도전에서 운 좋게 필기를 통과하고 면접 기회를 얻었지만 낮은 자신감과 준비 부족은 여지없이 결과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후유증이 꽤 컸지만 돌아보니 실패의 경험만큼 달콤한 것도 없었습니다.
2016년도 JET 프로그램 시험을 앞두고는 봄부터 공무원 교재와 인터넷 강의를 보며 국어, 국사, 사회(행정)를 공부했습니다. 결국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준비해 두면 장래의 선택지가 넓어지리라는 생각에 여름까지는 공무원 수험서로 주경야독하며 기초를 다졌습니다. 덕분에 8월에 있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취득했고 같은 달 치른 한국어교원능력검정시험 필기에 합격하여 면접까지 무사히 통과해 교원자격 3급을 취득했습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사를 꿈꾸며 몇 년 전에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수료했는데 필기시험은 물론 합격 후 강좌에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JET 프로그램 모집 요강에서는 일본어능력시험 외에 구체적인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지만 이런 과정은 자신감 향상은 물론 계속 노력할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무엇보다 1차 필기시험 과목인 한국어와 한국 사정 대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8월이 지나고 목표했던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자 JET 프로그램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1차 시험인 필기시험은 과거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한 모두 수집하여 유형을 파악했는데 범위가 없는 시험에서 기출문제는 더없이 좋은 교재가 되었습니다. 과거 몇 차례의 유형에만 치중하여 한 해 이슈 등을 위주로 공부해 낭패를 본 경험을 살려 한국 사정과 일본 사정의 기본 지식을 묻는 문제는 실수하지 않도록 꼼꼼히 짚어 두려 애썼습니다. 기출문제 외에는 도서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식 관련 서적을 틈나는 대로 보고 아사히 키워드나 일본의 취업 준비 서적도 몇 권 사서 보았습니다. 시험을 볼 때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얕고 넓게 보고 넘긴 문제들이 시험문제로 출제되었을 때였습니다. 대충 찍으려고 해도 분명 이건 공부한 내용인데…… 어디서 봤는데…… 하며 붙잡고 있다가 끝내 자신 없는 답으로 채웠던 문제는 필기 시험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매일 언제 어디서나 한숨이 푹푹 나오게 하죠.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내 문제로 확실히 익혀 두시기를 권합니다.
근무시간 외에는 공부 시간을 쪼개며 한일 교류 행사 참여와 일본어 실력 향상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한일교류협회에서 운영하는 재팬 아카데미의 비즈니스 회화 강좌를 수강하여 경어 사용법을 다졌고, 한일 교류 관련 행사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가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만난 관계자, 기출문제를 받으러 갔다 뵌 일본영사관 관계자, 재팬 아카데미의 교수님 등을 떠올리며 JET 프로그램에 합격해서 꼭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한 것은 심리적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의 산을 넘고 나면 2차 면접이라는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죠. 2차 서류를 준비하실 때 자기 소개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JET 프로그램 지원자로서의 포부가 확실한지, 이 길이 장래 꿈과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히 준비하시고 이를 토대로 면접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을 앞두고는 일주일 동안 매일 두 시간씩 일본인 친구와 모의 면접을 했는데, 실전 대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잘 되었더라도 실제 면접에서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실제로 말을 해보며 다양한 질문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만약 국제교류원을 꿈꾸며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 말이 처세술 책의 뻔한 글귀라고 생각했지만 막연한 생각으로 도전하고 조금은 안이하게 준비했을 때 그 결과는 솔직했습니다.
면접실을 나서며 이번에도 떨어지면 정신 차리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결국은 또 안 되면 내년에 한 번 더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고 이런 오기가 통했는지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일본 지역사회의 풀뿌리 한일 교류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만 확고하다면 벌써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자신을 믿고 조금 지치더라도 도전을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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