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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볼'로 시작해서 '땅끝'으로 끝나는 이야기
 
       
       
   

  7월 초,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프로야구를 관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일본 야구 대표팀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 감독의 방한을 계기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 초청받아 보러 갔다. 결국 트윈스가 10 대 1로 승리했던 경기다.

  스코어보드에는 갖가지 기록들을 비춰 줬는데, 타석에 들어선 선수의 성적을 나타내는 '안타'나 '볼넷'이란 말은 금방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땅볼'이란 말은 얼른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땅'은 '地' 그러니까 '땅 위로 구르는 볼(Ball)'이란 뜻으로서 일본어의 'ゴロ(고로)'와 같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일본어 'ゴロ'의 어원이 뭘까 궁금했다. 어려서부터 동네 야구를 했으면서도 'ゴロ'는 그냥 'ゴロ'일 뿐 달리 부를 이름도 없고, 그 어원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 점에서 한국어의 '땅볼'은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식 표현에 충실하여 'Ground Ball'을 직역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일본어의 'ゴロ'는 영어, 즉 'Ground Ball'의 와음(訛音)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날 밤 성북동 서재로 돌아와 사전을 찾아보니 분명 그렇게 나와 있었다.)



  '땅볼'이란 표현에 흥미가 끌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잠시 거슬러 올라가서, 6월 하순 남도 지방에 출장을 다녀왔다. 주된 목적은, 우선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국립소록도병원과 그곳에 사시는 한센병 병력자 분들을 위문하는 것. 그리고 목포로 가서, 1940년대에 한국인 윤치호 씨와 일본인 다우치 치즈코(田內千鶴子) 씨 부부가 시작해 풍상을 겪은 끝에 오늘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공생원'이라는 고아원을 시찰하기 위함이었다.

  당초의 계획은 이번 기회에 목포에서 진도를 거쳐 '땅끝마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땅끝마을'은 한국에서도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이 고장 출신 인사의 추천이 있었을 뿐 아니라, 실은 그 지명에 무한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땅끝'은 말 그대로 '땅의 끝자락'이란 뜻이라고 이야기를 듣던 순간부터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당일 장마의 시작으로 시커먼 구름이 뒤덮는 바람에 앞이 거의 안 보이고 비도 염려되는 데다 일정상으로도 시간 여유가 없어 아쉽지만 단념했다.

  한반도 본토에서는 이 '땅끝마을'이 최남단이라고 한다.(한국의 최남단은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마라도라고 함.)

  영국의 남서쪽 끝에도 예로부터 'Land's End' 즉 '땅끝'이란 곳이 있었으며, 바다 건너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맨 끝에도 'Finistere'이란 '땅끝' 마을이 있다고 들었다. 둘 다 유럽대륙의 중심에 있던 켈트족이 나중에 이주해온 게르만족에게 쫓겨 들어간 곳이라 했다.

  이 '땅끝마을' 이야기를 들은 나는, 대륙의 끝자락에 '땅끝'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대륙의 끝에 '땅끝'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대륙을 육로로 이동한 민족들뿐이다. 해양민족에게 대륙의 끝은 '끝'이 아니라 육지의 시작일 터이니 말이다.

  지난호 칼럼에서 언급한 영국인의 북미대륙 이민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제임스타운이나, 또 그보다 조금 늦게 1620년 뉴잉글랜드의 플리머스에 상륙한 청교도들도 북미대륙의 입구에 도착했던 것이다.



  일본에도 '땅끝'에 해당하는 지명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가고시마에 '오오스미 한토'라는 지명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이곳은 규슈(九州) 남단에 있는데, 그 '스미(隅)'는 구석을 가리키는 '스밋코(隅っこ)'의 '스미'일까. 먼 옛날, 원주민들이 나중에 이주해온 민족에게 밀려서 '땅끝'으로 쫓겨 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곳은 남양(南洋)에서 조각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지금의 일본열도에 첫발을 디딘 곳으로서 '끝'이 아닌 '시작'이었던 걸까.

주한일본대사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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