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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47년 5월 3일,'일본국헌법'이 시행되었다. 이를 기념
하여 일본에서는 5월 3일을'헌법기념일'이라는 경축일로 지내고 있다.
이 날을 전후해 4월 29일'쇼와의 날(昭和の日)', 5월 4일 '초록의 날(みどりの
日)'그리고 5월 5일'어린이날(子供の日)'등의 축일이 이어져 '골든 위크
(Golden Week)'로 불리며, 또는'대형 연휴'라고 하기도 한다. 계절적으로도
싱그럽고, 여행하기에도 딱 좋은 때다. 휴가를 잘 받으면 1주일 이상 계속 쉴 수
있다. 올해 같으면 29일이 일요일이라 4월 30일 월요일도 대체휴일로 쉬니까 5월
1일, 2일만 휴가를 내면 9일 연휴가 가능하다. 그 중간에 해당하는 '헌법기념일'
은 경사로운 날일 뿐더러 즐거운 축일이다.
이'일본국헌법'은 흔히'평화헌법'이라고도 한다. 그 중의 전쟁포기조항(제9조) 등으로 특징지어진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여러 논의를 거쳐 1946년 6월, 당시 정부는 '메이지(明治) 헌법'의 개정
절차 조항(제73조)에 따라 헌법 개정안이라는 형태로 신(新)헌법안을 제국의회에
제출했다. 의회의 심의 끝에 통과된 이 법안은 몇몇 절차를 거친 후, 같은 해 11월
3일 '일본국 헌법'으로 공포되었다. 그로부터 소정의 6개월이 지난 1947년 5월
3일 시행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1947년은 일본에게 있어 국민주권, 자유·민주주의, 기본권 존중, 법의
지배, 전쟁포기, 국제협조를 기본으로 하는 새 헌법에 따라 새 출발의 기반을 다진
획기적인 해였다.
널리 세계를 내다보면 1947년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도 그 후의 국제사회의
기틀을 마련하는 갖가지 커다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 모두가 1945년에
종결된 2차 세계대전 후의 새로운 국제질서 모색의 일환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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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2차 대전 직후부터 오늘까지의 딱 중간쯤 될 무렵 나는
햇병아리 외교관이었는데, 하루는 전전(戰前)에 외무성에 들어와 2차 대전 시기를
겪은 뒤 대사도 지낸 대선배와 단 둘이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이 대선배가 불쑥 말했다."전후엔 즐거웠다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
는 걸로도 즐거웠지."라고.
때는 1970년대 후반, 일본이 고도성장을 거쳐 경제대국의 대열에 오르게 됐을 무렵이다. 그런 가운데 노(老)외교관이
안경 너머로 두 눈을 반짝이며 30년 전인 전쟁 직후의 일을 새파란 후배에게 토로하던 모습이 하도 신선해서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다.
1940년대 후반 일본의 전후 시기는 불타 버린 패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고
물자도 부족했으며, 모두가 궁핍했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도 주위의 어른들이 왠지
밝았던 것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의 밝음과 1947년 5월 3일 시행된'일본국헌법'과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한일본대사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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