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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냄새 이야기
 
       
       
   



  8월로 한국에 부임한 지 1년이 된다. 세월의 흐름은 빠르다.
  그 동안 다양한 형태로 ‘한국’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을 접하며 나날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다. 만나는 방법도 사람들과의 만남, 거리와 산에서의 보고 들음, 업무상 출장이나 개인적인 지방여행 등 가지가지다. 간혹 보는 한국영화도 귀중한 교재의 하나다.

  흥미로운 경험을 한 영화 중에 이병헌 주연의 ‘내 마음의 풍금’이 있다.
나온 지 좀 된 영화(99년)라 그런지 이 영화를 화제로 삼아도 별 반응이 없다.

  주연인 이병헌은 대학을 나와 지방 초등학교의 새내기 선생이 된다. 이 학교에서의 그의 인생경험이 줄거리다. 초등학교 교실 장면이 몇 번이고 나오는데, 겨울에는 교실 한가운데에 ‘석탄난로’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새내기 선생님이 코니 프란시스의 레코드를 즐겨 듣고 있었으니, 시대는 1950년대 후반이나 오히려 1960년대 초쯤일까...

  여기에 나오는 ‘석탄난로’는 내가 도쿄의 중학교에 다닐 무렵, 교실의 겨울 난방용 난로 그대로였다. 시대도 거의 비슷하다. 그리웠다. 석탄 당번을 하거나, 악동 친구가 굴뚝에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연기를 뒤집어 씌우던 옛일이 떠올랐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된 발단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한국 분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이 영화 장면과 나의 소년시절 추억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이야기가 통하며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 영화에서 학생들이 난로 위에 도시락을 쌓아 올린 모습까지 내 경험과 똑같다고 했더니, ‘그래, 맞아요!’ 하며 그 분이 한 다음 말은 “도시락의 김치 냄새가 교실에 진동했죠” 였다.

  이 말을 듣고 문득 깨닫았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으로는 전하지만 후각으로 전하는 기술이 없다는 것을 지적당한 거나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영화를 보아 오면서 여러모로 감정을 이입하고 희로애락을 자신의 것으로 느껴왔지만, 그 속에 ‘냄새’의 세계가 없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외국을 걷다 보면 자기 나라와는 다른 냄새에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의 지하철은 독특한 쇠 냄새가 나서, 언제나 ‘아 뉴욕에 왔구나’하는 것을 실감케 한다. 더위 속에서 방콕의 거리를, 특히 포장마차가 즐비한 곳을 걷다 보면 튀김용 야자유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모스크바에서 가끔 맡는 저 짙은 담배 냄새도 그렇다.

  냄새의 ‘기억’을 더욱 발전시켜, 냄새를 ‘기록’(한다기보다 ‘수록(취록?)’이라고 해야 할까)하여 다시 제3자에게 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가 되었듯이, 더 나아가 ‘냄새’가 나게 하는 기술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B급 탐정물 중에 수사를 위해 컴컴한 방에 들어가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하는데 그 직전에 풍긴 독특한 향수 냄새가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나중에 범인을 찾는 힌트가 된다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때 영화관 안에서 그 냄새를 맡게 되고 나중 장면에서도 같은 냄새가 난다면 모두가 형사처럼 힌트를 얻게 될지 모른다.

  ‘석탄난로’ 위의 도시락이 풍기는 냄새에서 이야기가 비약하고 말았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가장 먼저 예민하게 코로 느낀 경험은 ‘냄새’를 넘어서는 묘한 것이었다. 저 발효시킨 홍어를 먹었을 때의 독특한 냄새, 물리적인 감각 같았다.
  이 경험은 한국을 잊지 않는 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주한일본대사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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