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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철은 끝났지만 정치의 계절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이 칼럼에서 정치 이야기는 다루지 않으련다.
제목을 “‘낙지’와 ‘다코(문어)’의 차이 이야기”라 하지 않고 “‘낙지’와 ‘다코(문어)’와 차이 이야기”라고 한 점에 유의해주시기 바란다. 미스프린트가 아니다. 한국을 체험하다 보면 일본과의 유사성과, 그로 인해 되레 깊이 각인되는 양국의 ‘차이점’이 동시에 존재함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오히려 가벼운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어느 날 젊은 대사관원한테 이런 경험담을 들었다.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오뎅’을 대접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오뎅 파티다. 한데 집에 온 한국 친구들이 식사가 시작되자 “오뎅이 없잖아”라고 하더라는 것이다.‘오뎅’을 먹으러 왔는데‘오뎅’
이 없다니 왜일까? 일본에서‘오뎅’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길쭉한 모양의 ‘치쿠와(竹輪)’같은 어묵류와‘간모도키(雁擬き)’(유부의 하나로 두부 속에 잘 다진 야채와 다시마 등을 넣어 기름에 튀긴 것) , 무, 계란 등등의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오뎅’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특정 어묵을 꼬치에 꿰어 끓이는, 북한산 기슭 같은 데서도 흔히 파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것을 오뎅 재료로 쓰지 않으므로 일본‘오뎅’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오뎅’과 일본 ‘오뎅’의 차이점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낙지’ 요리를 둘러싼 내 경험담이다.
일본 사람은 생선회‘사시미(刺身)’와 생선초밥 ‘스시’로 보듯이 날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한다. 무척이나 즐긴다. 그 가운데는
‘에비노오도리(エビのおどり)’나‘시로우오노오도리구이(白魚の踊り食い)’ 처럼 펄떡펄떡 뛰는 새우나 실치(뱅어)를 신선함의 증거로 여겨 날로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와서 난생 처음 ‘낙지 오도리(踊(躍)り)’ 즉 ‘산낙지’를 접했다. 일본에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희한한 것으로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특이했다. 게다가 입 안에서 빨판(吸盤)이 쩍쩍 달라붙는 그 감촉이란.
‘낙지’를 먹으면서 희귀한 것들로 대화가 옮겨갔다. 그런 가운데 ‘낙지’가 어떤 생물인가에 대해 한국 사람은 일본 사람과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래“낙지를 문어라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 보세요”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한국어로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물어본 것이기는 했다.
다시 말해서, 처음 낙지를 먹었을 때 한국 사람이“이건 문어가 아니다”
라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선 같은 형태를 한 8개의 발이 달린 연체동물은 죄다‘다코(문어)’라고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한일사전을 찾아봤더니‘낙지’는‘데나가다코’곧‘긴 손 문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문어한테 손이 있다니 금시초문이다. 8개 모두 발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한국 사람의 개념으로는 ‘낙지’와 ‘문어’는 같은 낙지과지만 서로 다른 연체동물이요, 일본에는 ‘다코’라는 총칭 속에 큰 다코, 작은 다코, 데나가다코 등등이 있다. 따라서 낙지는 ‘다코’의 일종인 셈이다.
‘낙지’는 갯벌에서 손으로 잡는다고 한다. 확실히 일본의 ‘다코’는 보통 ‘다코쓰보’, 말 그대로 항아리로 잡는다. 사는 장소, 잡는 방식이 다르므로 서로 다른 종류인 듯싶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서는 생김새로 구별하는 쪽이 오히려 먼저일 것이다.
(‘다코’이야기가 나온 김에‘사족(蛇足)’(오늘은 뱀의 발이 아니라 ‘다코’ 이야기지만)을 달면, 한국 사람과 ‘낙지’ 이야기에서 ‘다코’로 화제가 번졌을 때다. 한국에는‘세발 낙지’가 있다는 얘기였다. 앞서도 말했듯이 ‘다코’는 8개의 발이 있어야만‘다코’인데, 3개밖에 없으면 ‘다코’가 아니다. 세 발의 ‘다코’는 개념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이는 번역 잘못으로 실은 ‘다리가 가느다란 낙지’라고 해야 맞는 모양이다.)
결코‘다코’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인식에의 접근방식의 ‘차이’, 서로 닮은 듯 다른, 또 서로 다른 듯 닮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비슷한 가운데의 차이점’이 한국과 일본의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낙지’를‘다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것은‘다코’가 아니라 어디까지나‘낙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호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함께‘낙지’와‘다코’회를 부딪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 달리 무슨 길이 있으랴.
주한일본대사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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