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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우자
 
       
       
   

주한일본대사관 경제부장
오이케 아쓰유키(尾池厚之)

  

  최근 일본에서 ‘한국을 배우자’며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올1월 닛케이 비즈니스 특집으로 ‘한국 4강 약진의 비밀’이라는 기사가 나온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이후 닛케이신문이 ‘세계로 약진하는 한국 기업에서 배우자’ 는 사설을 썼다. 이달 들어 주간 에코노미스트 잡지가 ‘최강 한국:일본은 왜 계속 지는가’ 라는 특집 기사를 실 었고 JETRO의 통상 홍보도 ‘존재감을 높이는 중국·한국 기업’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한가지 이유는 최근 여러 면에서 한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일본이 한국에 뒤처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일이 있는지 그 예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한국
일본
1
   성장률(2009)    0.2    -5.3 
   (IMF)(2010)    4.5     1.7 
2
   무역수지(억 달러)(2009)    405    285
3
   자동차수익(억엔)(2008)    2458(현대)     -4610(도요타)
4
   전기전자수익(억엔)    4826(삼성)     -2278(소니)
    (2008)     3243(LG)    729(파나소닉)
5
   철강수익(억엔)(2008)     5739(POSCO)    3429(신닛폰 세이데쓰)
6
   항만 취급량    5위(부산)     24위(도쿄) 
   29위(요코하마)
7
   항공 화물량    4위(인천)     8위(나리카)
8
   동계올림픽 메달수(금,은,동)     6+6+2     0+3+2 
9
   UAE 원자력발전    ○     X

(출전)1:IMF         2:한국정부 및 일본정부 발표         3~6:닛케이 비즈니스기사          6 및 7:경제산업성 자료



  ‘한국을 배우자’는 기사에 자주 나오는 논점은 일본기업이 신속한 결정이나 현지의 요구에 맞는 제품개발이 늦어지는 사이, 한국기업이 신속하고도 힘차게 전략적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물론, 기업 본연의 자세는 개별 기업에 따라 다르고 이러한 정리방법이 너무 단순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한국을 배우자’는 풍조를 밝혀내기 위해 굳이 단순화해 본 것이 아래의 표다.

 
한국기업       
일본기업
1.기업문화    오너제, 중앙집권적              전문경영자, 사업부제
   신속한 의사결정          신중, 늦은 의사결정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           신중한 느린 투자행동
   생산성 중시                저수익 체질        
   사원에 대한 압력이 크다        긴장감이 약간 떨어진다.
   평가와 처벌이 명확하다            보다 자유롭다.급여격차가 적다.
   사원은 경력 상승을 지향                연공서열, 종신고용
   대학원졸업 기술자가 많다.          숙련공의 역할이 크다.
2.수주행동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무리한 주문이라도 받는다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이 크다.
   무리한 주문은 거절한다.
3.M&A      

   공격적인 M&A       

   평화적인 매수를 선호한다.

4.하청과의 관계      가격중심               협동작업
   글로벌 조달                        장기적인 신뢰관계 중시
5.상품          기능 한정, 가격 중시                다기능, 품질 중시

  너무 단순화한 논의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비교에서 떠오르는 점은 한국 기업의 특성인 신속성, 과감성, 적극성, 공격성이 리먼 쇼크 이후의 커다란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 속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시장의 정체와 신흥국 시장의 성장이라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일본, 미국, 유럽시장에서 기술력과 고품질로 성장해 온 일본 기업이 신흥국 시장이나 중동·아프리카를 포함하여 공격적인 판매를 해온 한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구도다. 더욱이 최근의 도요타 문제는 일본 기업의 생명선인 미국 시장에서 시작된 일로 많은 일본인에게 쇼크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진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에 추월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미 전기·전자 분야에서 이런 상황이 되고 있기도 하며 공포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환경에서 일본인의 내향적이자 ‘초식계 남자’라는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일본은 괜찮을까 하는 불안심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위기감은 사실이며, 일본대사관이 파악하고 있는 것만도 현직 각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다수의 일본 정부나 민간기업 관계자가 한국의 제도와 시설을 배우러 방문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현상을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한국 신문의 논조는 ‘한국에서 배우자’는 일본의 논조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 내는 것이 적지 않다. ‘아직도 일본은 큰 존재다’‘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으로 역습해 온다’‘들떠 있다 보면 힘든 일을 겪을 것이다’라는 반응이 많다. 한국측의 이러한 반응은 아직도 일본이나 일본 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자신, 한국의 경제인으로부터 아직도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발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지금은 서로가 상대에게 배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 목적은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 배우려는 지금이야말로 일한 협력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때가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최근 도레이가 한국에 크게 투자할 것을 표명하자, 한국 정부가 도레이의 사카키바라(原原) 사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한 것을 주목할 수 있다. 도레이는 최근 향후 2020년까지 한국에 2000억엔(약2조 300억원)을 투자하며, 그 일환으로 미래의 신소재인 탄소섬유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담한 결단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가볍고 강한 미래의 소재로 도레이의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레이는 회사의 운명을 한국과의 협력에 걸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 한국 정부가 잘 이해하고 응원하는 구도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紀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조선일보에의 최근 기고를 통해 현재 한국에 ‘역사적 일본기회’가 찾아오고 있다고 썼다. 한국 기업은 일본에서 활용하지 않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용할 찬스가 있으며, 일본의 중간재기업도 한국 기업이 건강하다면 한국에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일본을 활용하는 것이 일본의 다음 성장을 가져온다는 내용 이다.

  우리는 이웃나라다. 이사할 수도 없다.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보면 닮은 점이 많다. 양국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꼭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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