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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축제한마당 2008 in Seoul’을 마치고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髙橋妙子)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 髙橋妙子)


서울광장에서 하나가 되다
9월 28일(일) 저녁 6시경, 서울광장 주변의 고층빌딩 사이로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자 기다란 장대에 수십 개의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린 아키타 간토( )가 광장 한가운데서 하늘로 치솟더니 출렁거렸습니다. ‘한일축제한마당 2008 in Seoul’의 피날레 행사인 ‘하나가 되다’의 출발신호입니다. 이와 동시에 무대 위에서는 SJC(서울재팬클럽) 회원들이 ‘요사코이 아리랑’(주1)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리랑 아-리랑’ 소리에 맞춰…. SJC 팀은 모두 160명. 그 뒤를 이어 한국일본어교육연구회 및 고등학생들, 그리고 동아제약, 캐논,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명지대, 서울여대, 상명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경희대 국제교육원, 중앙대 일어일문학과의 참가자들이 각기 20-40명씩 똑같은 티셔츠나 핫피(法被)를 입고 나루코(鳴子)(주2)를 딱 딱 울리며 춤을 췄습니다. 나는 일본어교육연구회의 선생님들과 함께 덩실거렸습니다. ‘아-리랑, 아-리랑’ 하고…. 도합 400명의 일한양국인이 흥에 겨워 춤추는 모습에 구경하던 사람들도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날레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강강술래’. 한복을 입은 한국소녀가 후리소데(振袖)를 입은 일본소녀와 함께 무대 위에 나타나 강강술래를 노래하며 광장 한가운데로 내려오자, 그곳에는 이번 축제한마당에 참여했던 수많은 출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조금 전 ‘요사코이 아리랑’을 춘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들 자연스럽게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췄습니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 구경꾼들까지 어우러지면서 서울광장 여기저기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춤의 동심원(同心圓)이 생겼습니다. ‘축제한마당’의 참가자와 구경꾼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손잡고 춤추던 그 모습. 마음도 맞닿았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펼쳐진 ‘한일축제한마당’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날씨도 한몫해서 이틀간 1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축제한마당’을 보러 오거나 혹은 일한교류를 체험하셨습니다. 축제 한마당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습니다. 한일축제한마당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1,100명이 넘는 일한 쌍방의 참가자 및 250여명의 학생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관계자들, 이를 구경하러 온 수많은 관중들, 그리고 취지에 찬동하여 후원·협찬을 해주신 각 단체 및 기업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번 축제한마당이 있기까지
‘한일축제한마당’은 제1회(2005년), 제2회(2006년)까지는 일본대사관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작년 제3회째부터는 민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한일축제한마당 운영위원회’에 이관했습니다. 위원장은 그 때부터 삼성물산 기술고문으로 계신 이마니시 하지메(今西肇) 씨가 맡고 있으며, 운영위원회 멤버는 이마니시 위원장을 필두로 모두 일한교류에 관심을 가진 양국의 직장인과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중에는 지난 세 차례의 ‘축제한마당’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몇 분인가 있었는데, 그것이 운영위원회의 강점입니다. 한편, 이미 3회의 ‘축제한마당’을 치른 우리는 이번부터 좀더 어려운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제란 이 ‘한일축제한마당’을 100년, 200년 지속될 행사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일한 간에는 지난 수십 년만 보더라도, 때때로 정치적 현안이 대두되는 바람에 시민교류가 영향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근자에 양국간 시민교류의 저변이 일찍이 유례가 없을 만큼 넓어졌다고는 하나, 앞으로 100년 이상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 축제한마당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리는 일한시민교류의 의의를 명확히 자리매김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운영위원회 밑에 ‘축제 문화론팀’을 편성하고 여기서 논의를 거듭한 결과, 다음과 같은 ‘한일축제한마당’의 기본 컨셉트를 정립했습니다.
ㅇ‘한일축제한마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만들어내며, 몇 만의 사람들이 손에 손을 맞잡는 달리 유례가 없는 최대의 일한합동 문화교류행사이다.
ㅇ시민교류, 청년교류, 지방교류 등 다채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교류를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미래지향의 더욱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ㅇ그리고 이 행사가 어떤 악천후에도 늘 나아갈 길을 비춰주는 등대의 불빛처럼 일한 우호의 심벌로 자라기를 바란다.

기본 컨셉트를 논의하는 가운데, 우리가 지향하는 축제한마당의 모습은 뚜렷해졌습니다. 바로 시민참가형입니다. 수퍼스타를 초청한 극장형 페스티벌이 아니라 일한양국의 시민이 손을 맞잡고 교류하는 그런 축제의 장이 되면, 이윽고 그것은 서울의 풍물시로 정착하여 필시 다음 세대로 계승되어 갈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피날레의 ‘요사코이 아리랑’과 ‘강강술래’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편 실행위원회의 한 위원으로부터 ‘한일축제한마당’을 개최하는 역사적, 사회적 의의에 대해서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지난날 서울의 번화가를 일본의 마쓰리 행렬이 누볐던 시대를 상기하면서 21세기인 오늘 축제한마당을 통한 일한의 교류 의의를 오히려 양국의 신화(神話)의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축제 문화론팀장인 히라이 도시하루(平井敏晴) 씨의 노력으로 일한의 지식인과 실무자가 펴낸 논문 겸 에세이집 <자 놀아 보세-다문화 이해를 위한 일한축제( )>로 집대성되어 이번 행사 직전에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 출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면의 제약도 있고 하여 여기서 자세히 소개할 순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 한일에서 ‘축제한마당’을 여는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을 터이니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책의 인세는 앞으로의 축제한마당 개최 자금으로 충당될 예정이니, 그런 뜻에서도 아무쪼록 협조 바랍니다.)
<자 놀아 보세>의 출판 전망도 확실해지고 ‘축제한마당’의 자체 준비도 무르익어 가던 7월 중순, 일한관계를 뒤흔드는 큰 마찰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관계는 삐걱거리고 일부 참가예정 단체나 지원기업에서는 정말로 ‘축제한마당’을 열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마니시 위원장은 서울광장이 무리면 장소를 바꿔서라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시기를 변경하더라도 반드시 개최하겠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마니시 위원장의 이 강한 의지가 ‘축제한마당’이 가능한 환경을 앞당겼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8월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명의를 내줄 거라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외교통상부도 그 뒤를 이었고, 서울시도 서울광장의 사용을 승인한다는 뜻을 알려 왔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서울광장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 안전하게 ‘축제한마당’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음도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8월 11일 실행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실행위원회는 일한 쌍방의 학계나 경제계의 중진들로 구성되었고, 위원장은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입니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일한관계는 장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므로 이런 단기적인 문제로 계획을 망치는 것은 좋지 않다. 혹시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일한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되지 않을까.” “장기적인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예정대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축제한마당’은 무엇보다도 쭉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등등의 의견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리하여 결론은 만장일치로 “이런 때일수록 ‘축제한마당’을 (서울광장에서) 해야만 한다”로 모아졌습니다.
실행위원회의 이 결정에 따라, 운영위원회는 시민교류를 목적으로 한 보다 고도의 문화행사로 꾸미기 위해 온 힘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그 같은 의욕을 높이 산 사물놀이의 김덕수 선생도 ‘축제한마당’ 개막식에서 일본의 와다이코(和太鼓) 그룹 ‘Batiholic’과의 협연을 그러마고 했습니다. 김덕수 선생 외에도 많은 분들이 일한교류의 불꽃을 계속 밝히는 일의 의의를 이해하고 협조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이번 ‘축제한마당’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도쿄 개최를 향하여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 보내온 축하 메시지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유진환 해외문화홍보원장 대독)은 일한의 시민교류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한국 측으로서는 이 ‘축제한마당’을 내년에는 도쿄(東京)에서 개최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피력하셨습니다. 사실 한국 측은 그간에도 몇 차례 이런 뜻을 밝힌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축제한마당’의 현장에서 수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천명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도쿄 개최를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한국 측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왜 지금까지 실현에 이르지 못했을까요.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조직의 문제입니다. 서울의 ‘축제한마당’은 맨 처음 2005년의 한일우정의 해를 기념하여 관의 주도로 거행되다가 그 후 조금씩 민간 주도의 운영으로 이관되고, 현재의 실행위원회와 운영위원회 형태로 조직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도쿄에서는 단지 그런 기회가 없는 채로 시간이 흘러온 듯싶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이겠습니다. 역시 도쿄에서 개최하게 되면 서울의 2-3배의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들 문제는 결코 간단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만도 아닐 것입니다. 처음부터 긴자(銀座) 한복판에서 개최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울에서의 4회의 개최를 통해, 또 이번 <자 놀아 보세>의 출판을 통해 보다 분명해진 ‘한일축제한마당’의 의의나 지향하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이를 도쿄에서 재현하는 한, 그간 서울의 ‘한일축제한마당’에 관여했던 수많은 분들의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한일축제한마당’이 정례화하여 일본과 한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가운데 일한시민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더욱 활짝 꽃피게 되기를 ‘한일축제한마당’ 팬 여러분과 함께 기원하는 바입니다.


[번역: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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