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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코(洞爺湖)에서 서울로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髙橋妙子)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야코(洞爺湖)에서 G8 서미트(선진 8개국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불안한 앞날에 원유가와 식량 가격의 급등이 박차를 가하는 속에서 G8이 얼마나 효과적인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또 기후변화문제도 G8이 유엔의 논의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개최되었습니다. 도야코에서는 G8이 이들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G8과 아프리카 정상 혹은 G8과 신흥경제국들과의 대화의 장도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도 기후변화에 관한 대화에 참석하셨습니다.

서미트의 성과에 대해서는 ‘일본의 새소식'에서도 별도로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이를 돕기 위해 일본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돌아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도쿄(東京)의 외무성에 설치된 서미트 준비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마지막 1주일은 도야코에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간 나는 몇 차례 G8 서미트 일에 관여해왔는데, 2000년의 오키나와(沖沖) 서미트 때는 셀퍼(주1)의 책임 보좌관으로서 의장역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총리를 위해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고 공동 선언문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거나 가다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도야코 서미트에서의 역할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즉 영부인들을 접대하는 역할이었습니다.

G8 서미트의 경우, 정상들 대부분이 부인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정상들은 하루 종일 회의실에 박혀 논의를 하다 보니 점심이나 저녁도 회의장에서 들게 되므로 영부인들을 위한 별도의 일정을 마련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를 ‘배우자 프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도야코에서는 정상회의 의장인 후쿠다 총리의 부인 후쿠다 기요코(福田貴代子) 여사가 이 배우자 프로그램을 주최했고, 나는 총리부인을 보좌하는 접빈역으로서 프로그램 전체를 운영 총괄했습니다. 첫 경험이었지만, 해보니 꽤 즐거웠습니다. 당연히 정상회의만큼 주목을 끌지는 못했어도 넓은 의미에서 서미트의 성공에는 그런대로 공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선 정상들은 그야말로 하루 온종일 회의라 그 움직임만을 쫓다가는 주최국 ‘일본'이나 개최지 ‘홋카이도'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배우자 프로그램은 일본의 전통문화인 다도와 꽃꽂이 ‘이케바나(生花)'의 소개, ‘쥬니히토에(十二二)' 의 기쓰케(着付け) 시범(주2) 등을 일정에 넣은 외에 야외 기념식수와 특산물전 시찰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의 만남의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물론 오찬과 만찬회 등에는 이 고장에서 나는 풍성한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준비하여 홋카이도의 PR에도 힘썼습니다. 또 서미트 취재를 위해 각국에서 온 많은 보도 관계자에게 일본의 환경기술수준을 알리고자 설치한 ‘환경 쇼 케이스'도 방문했습니다. 영부인들의 움직임을 따라 미디어가 이동함으로써 널리 홍보가 가능했습니다.



한편 , 배우자 프로그램은 그 같은 홍보 효과만을 기대하고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먼 곳에서 온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여 도야코에 머무는 동안 즐거운 여정이 되도록 하는 데 주안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이번에 안주인 역할을 맡은 후쿠다 총리부인의 따뜻한 인품과 섬세한 배려 덕에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다도의 소개 때는 후쿠다 여사가 몸소 주인역인 데이슈 (亭主)로서 다회를 열었습니다. 부인은 오랫동안 우라센케 다도(裏千家茶道)(주3)를 해왔고 다인으로서의 이름인 차메이(茶名)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다도를 좀더 깊이 이해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당주인 이에모토(家元)와 상의하여 후쿠다 여사의 오랜 다도 은사이자 이에모토의 사촌누나이기도 한 사쿠라이 소코(櫻井宗幸) 선생께 해설을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다회에서는 평소 후쿠다 여사의 수련하는 모습에 대한 사쿠라이 선생의 이야기가 나오는 등 매우 친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는데, 영부인들은 특히 후쿠다 여사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아주 좋아했습니다.

후쿠다 여사는 다회 외에도 식사 회장의 인테리어나 테이블 세팅에 이르기까지 손님들을 기쁘게 하고 일본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자 섬세하고 자상하게 마음을 썼습니다 . 그 결과 미국의 로라 부시 여사를 비롯한 각국의 영부인은 다들 정말로 머무는 것을 즐기고 일본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기에 마지막 이별을 앞둔 오찬회에서 저마다 안주인역을 해낸 후쿠다 총리부인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표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같은 도야코의 추억을 간직하고 서울에 돌아온 것이 7월 12일. 그런데 긴 호텔 생활에서 서울의 집으로 돌아와 안도의 숨을 내쉰 것도 한순간, 일본의 중학교 사회교과서 해설서의 다케시마 문제 취급을 둘러싸고 일한관계가 대단히 어려운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공보문화원도 여름방학에 맞춰 기획했던 문화행사를 일부 중지 내지는 연기해야 했습니다 . 대부분 내가 도야코 서미트에 출장 가기 전부터 시작했던 일이라 이를 맡아 준비해온 관계자들의 심경을 생각하면 솔직히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행사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던 많은 한국의 애호가들에게 죄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특히 올해로 8회째를 맞는 JMIC 노래자랑대회에는 440명의 응모자가 몰렸는데, 예선 당일 아침 연기가 결정되는 바람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에게는 참으로 큰 누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지면을 빌어 거듭 깊이깊이 사과드립니다.

한편 이렇듯 영향을 받은 일부 행사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예정대로 실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문화원을 찾아오신 분이 “이런 때일수록 문화교류사업은 계속해 달라”는 격려의 말씀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결코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꿋꿋이 헤쳐 나갈 테니 여러분께도 공보문화원의 활동에 지속적인 이해와 지원 있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주1) 셀퍼 : 에베레스트 등반 때 짐을 나르고 산악인의 등정을 도와주는 길잡이. 이에 따라 서미트 참가국 정상의 ‘개인 대표'로서 정상회의 준비를 하거나 또는 정상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는 사람을 셀퍼라고 부른다.

(주2) 쥬니히토에(十二二) : 헤이안 시대(平安時代:794-1192년경)의 귀족 여성들의 의상으로 여러 겹의 미묘하게 다른 빛깔의 옷을 덧입어 색의 그라데이션(gradation)을 즐겼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황실의 혼례 의식 같은 때 착용하는 제1 예복으로 남아 있다. 서미트 때는 영부인들 앞에서 전문가가 쥬니히토에의 기쓰케(着付け) 즉 입는 법을 선보였다.

(주3) 우라센케 다도(裏千家茶道) : 이에 관해서는 금년 4월호 ‘일본의 새소식'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번역 :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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