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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안내 >> 대사관 칼럼 >> 공사 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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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의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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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다카하시 다에코(髙橋妙子)

나카소네 전총리가 회장인 ‘일한협력위원회’의 주요 의원(일한협력위원회는 40년에
걸쳐 한일협력위원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나카야마 다로(中山太郞) 전외무대신,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 와타나베 히데오 전우정대신, 나카소네 히로후미
전문부대신, 야나기모토 다쿠지(柳本卓治) 전노동정무차관
뒷줄 왼쪽부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주당 공보위원장,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민주당 국회대책 부위원장, 다카하시
공보문화원장 외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
2월 25일의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만 5천여의 축하객과 국민을 향해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이며 선진 일류국가가 되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렇듯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스타일은 대통령제이기에 가능한 일로서 이 대통령의 연설은 굉장히 박력이 있었습니다. 새 대통령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참석자들은 저마다 태극기의 색인 빨강, 파랑, 흰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고, 취임식의 대미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 씨의 지휘로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이 장식했습니다.
‘어쩜 저리도, 강약이 잘 조화된 멋진 연출일까! 정명훈 씨가 지휘봉을 흔드는 모습에, 틀림없이 한국 국민
대부분이 “선진 일류국가”도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야.’ 나는 서울 시내 호텔에 설치된 대사관 연락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취임식 광경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 8월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이래 ‘한일 축제 한마당’을
비롯한 몇몇 대규모 문화행사에 관여하다 보니, 다른 데서 주관하는 행사를 보면 그만 연출 쪽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점들을 찬찬히 짚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취임식이 끝나면, 거기 참석했던 많은 일본 요인들이 호텔로 돌아올
터였기 때문입니다. 후쿠다(福田) 총리 일행에다 현직 국회의원이 26명, 전(前)의원 3명. 더구나 전총리며 전대신들이
대거 왔습니다. 또 섭씨 0°C 안팎의 야외에서 1시간 이상을 앉아 있었으니 필시 다들 꽁꽁 언 몸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모시기로 되어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 일행을 현관에서 맞이하기 위해 로비로 향했습니다.
사실 내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을 서울에서 맞은 것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 때 관광객으로 서울에 와 있었습니다. 외환위기에 직면해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대처했던 한국은, 정치면에서도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몸바쳐온 분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한다 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근무 중이던 나는 소중한 이웃나라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자신이 안타까워 휴가차 귀국한 길에 서울을 찾았습니다. 다음은
2003년 2월 25일의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로, 외무성 보도과장으로서 고이즈미(小泉) 총리를 수행해 서울에 왔었습니다.
아마도 현역 일본 총리가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3번째, 이번에는
대사관원으로 취임식을 ‘체험’한 것입니다.
서울에 온 지 반년. 평소 인상 깊었던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일한 간의 폭 넓은
교류와 그 깊이입니다. 이는 정부 대 정부의 관계를 넘어 정치가 개개인에서 풀뿌리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교류 분야도
실로 다채롭습니다. 의원 교류, 대학간 교류, 보도기관(기자) 교류, 지방(자치단체) 교류, 청소년 교류 등등……. 이번
취임식에 참석한 국회의원 가운데는 나카소네 전총리를 필두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일한 의원교류에 힘써 오신 분들이 퍽 많습니다.
일한 간에는 정치적 현안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이처럼 국민들 사이에 지속돼온 다양한
교류가 지금의 양국관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양국 간에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교류가 계속되는 한 일한은 언젠가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리라, 꼭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신념을 갖게 해줍니다.
또 하나는 한국의 역동성과 드라마틱함입니다. 일본에서 ‘한류’ 붐이 튼튼히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든
‘후유노 소나타(겨울 연가)’를 예로 들면, 주연을 맡은 배용준 씨의 인기도 인기지만, 줄거리가 참 드라마틱합니다. 흔히
생각하기 힘든 놀랍고 특별한 내용이란 뜻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곳에 부임한 뒤로 사귄 한국 친구한테 “한국 드라마는
왜 저렇게 드라마틱한 거냐?”고 물었더니, 실제 생활은 더 더욱 극적이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남북을 가른 휴전선과 그로
인해 생긴 이산가족, 나아가 대학 시절 2-3년간의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현실은 그들의 일상에 갖가지 드라마를 낳게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한국에도 ‘일류(日流)’란 말이 있는데, 일본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 등이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입니다. 이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사회의 세계화로 인해 젊은 세대의 감성이 일본 젊은이들의 그것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흥미 깊은 분석도 있습니다. 혹시 이게 사실이라면, 유교 문화권의 전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세대간 갈등이 일본을 능가하는 속도로 높아져서, 이 역시 드라마틱함의 증폭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면에서,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 성향으로 정권이 교체된 것도
의원내각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의 눈에는 매우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비칩니다.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만 하더라도,
앞으로 한국이 크게 변화할 것임을 예감케 합니다.
일한관계에 대해서도 그간 여러 기회를 통해 실리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말씀을 해왔습니다. 이번 취임식에
일본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한 배경도, 일본 측에 이명박 새 대통령의 이런 자세에 적극 호응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취임식 직후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일한 간에 과거의 사실은 사실로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겸허히 역사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늘 헤아려야 한다. 그런 입장에
서서 미래를 어떻게 할지, 서로 생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이명박 대통령도 공감을 표하며 “일한관계를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고자 하며, 미래를 향한 협력을 구체화시켜 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하긴 그간의 정부도 처음 2-3년은 일본과의 관계가 좋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확실합니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른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일한 쌍방이 역대 정부의 일한관계에서 많은 점을 배운 것도
사실입니다. 향후 일한관계에서 ‘과거를 거울삼아’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황금 같은 지혜를 살려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번역 : 김경희 번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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